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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7달 만에 ‘코스피 5000’ 현실로…“여전히 저평가” “과열”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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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장중 5,000을 넘어선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장중 5,000을 넘어선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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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에 사상 첫 ‘코스피 5000’(최고 5019.54) 기록을 만들어낸 힘은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역사적인 메모리 수퍼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와 로봇 산업이다. 향후 좋은 실적이 기대되면서 투자 심리가 가열된 방산·조선·원전도 가세했다.



여기에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를 타개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적극적인 밸류업(기업가치제고계획) 정책 추진이 꼽힌다. 코스피는 거침없이 질주하며 ‘불장’에 돌입한 지난해 6월 2일부터 이날까지 85.97%(장중 최고가 기준) 올랐다. 정부의 ‘서학개미’ 유턴과 외국인 국내 증시 투자 확대 정책효과가 가시화되면 코스피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역사적인 코스피 상승을 이끈 주역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였다. 외국인은 조선·원전주를, 기관은 대형 반도체주를 쓸어 담으며 지수를 끌어 올렸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집계를 보면 역사적인 ‘불장’이 막 시작된 이재명 정부 출범일(지난해 6월4일) 이후 지난 20일까지 7개월 남짓 기간에 코스피 거래대금은 총 2339조3810억원에 이른다. 매수대금은 외국인 817조7080억원, 기관 463조9920억원, 개인은 1021조1840억원이다.



이 기간에 코스피 주요 투자자의 순매수 거래대금은 외국인 11조8860억원, 기관 12조6290억원에 이른다. 반면 개인은 이 기간에 30조38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을 달성하게 된 데는 외국인과 기관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 거품 우려 등에 14조4560억원 순매도했으나 12월 들어 4조1480억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이후 이달까지 두 달 연속 ‘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대거 순매수하며 반도체주 상승세를 주도하며 지수 상승에 가세했다.



글로벌 인공지능 수요 증가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거라는 기대감에 반도체주를 대거 쓸어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관이 반도체주 주가를 밀고, 외국인은 원전·조선주를 끌어 올리면서 대형주 전반으로 온기가 번지는 모습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12월까지는 반도체 쏠림이 커졌지만 1월 들어 주변 업종으로 강세가 확장되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 등 우호적인 자금 환경에 코스피 시장 전체가 우상향하는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개인은 코스피 상승세를 오히려 차익 실현 기회로 여기고 대거 파는 모습을 보였다.



주주환원 강화 등 정부 밸류업 정책과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따른 실질적 세금 인하 등 제도 개편도 ‘코스피 5000’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이 배당금이 적고 세금이 높다며 한국 증시를 외면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재명 정부에서 이런 인식을 바꾸는 획기적인 조치를 여러 차례에 걸쳐 내놓았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 증시로 빠져나간 서학개미 투자금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도록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에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을 비과세해주는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를 새로 만들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정부가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인 만큼 향후 개인 투자자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해외 주식 자산은 256조원인데 과거 유사한 정책을 실시한 인도네시아 사례를 적용한다면 12.4%인 31조7천억원이 국내로 환입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시장 복귀계좌 정책은 환율 안정과 국내 자본시장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이 불과 7개월 남짓 만에 현실화했지만, 국내증시는 글로벌 대비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진단도 이어진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대형주의 실적 전망이 무서운 속도로 상향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 등이 속한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 28개 종목의 올해 연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개월 전(지난해 7월22일) 94조6648억원에서 최근 228조1435억원으로 141% 급등했다. 즉 시장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7개월 전 대비 85.97% 올랐지만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전날까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52배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6월2일(13.39배)보다 53.2%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81.9%)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 기간에 코스피 상장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92배에서 1.58배로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편입종목의 주가수익비율(31.05배) 및 주가순자산비율(5.51배)에 견주면 글로벌 기준으로는 여전히 한참 저평가된 편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코스피 속도 조절을 염두에 두어야 할 구간에 진입했다는 조언도 나온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실적 독주가 지나친 데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팔라 기술적으로 과열 부담이 누적돼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피 지수는 4600선에 육박했던 지난 9일 당시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3400선에 그쳤던 것으로 집계됐다. 키움증권은 “여러 지표는 코스피가 현재 기술적 과열 국면에 들어가 있음을 가리킨다. 추가적인 랠리를 이어가려면 현재의 과열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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