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 로직 공정. |
박우용 실리콘아츠 AI& S/W팀 책임연구원. |
[박우용 편집위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
현실화되는 생성형 AI, 인공지능 시대의 뒷면
올해도 IT 시장의 핵심 열쇠 말은 단연코 '인공지능'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와는 달리 2026년의 인공지능은 성장이 '가능성'에서 '현실'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마주하게 된다. 이미 사람을 흉내내는 수준을 넘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해치우고 있고, 일하는 방법부터 창의성의 표현이라는 고도의 단계까지 모두 달라지고 있다.
특히 AI는 그 자체가 산업이 되는 동시에 곧바로 다른 모든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6년 AI는 단순한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각 비즈니스의 혁신을 증명하는 기본 요소로 자리잡게 된다. 이제 AI 뿐 아니라 이를 반영하는 업계의 모두는 '증명'이라는 가장 중요한 숙제를 떠안게 된다.
AI의 시대는 인터넷이, 또 스마트폰이 기술을 넘어 일상의 문화와 환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처럼 기술이 기술 그 자체를 넘는 변화를 예고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가 AI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사람이 하던 많은 일들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에 대한 시장의 불안과 거부감까지 사라져 가고 있다. AI는 창의성을 빠르게 구체화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잡았고, 창작 과정이 AI와 공존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익숙해진다. 인터넷이 모두에게 정보 접근을 열어주었고, 모바일이 개인 미디어의 길을 열어준 것처럼 AI는 글부터 이미지, 디자인, 음악, 그리고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모든 분야가 누구에게나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사라졌다. 누구도 미룰 수 없는 민감한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피할 수 없다. 편리함 뒤에는 저작권 문제, 딥페이크와 같은 윤리적 이슈, 그리고 일자리 변화라는 '인공지능 시대의 뒷면'도 분명 존재한다.
당장 눈 앞에 닥친 메모리 부족 현상도 모든 업계에 영향을 끼칠 그림자다.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언어를 이해하는 수준은 큰 문턱을 넘었고, 그 다음 단계로 이미지와 영상을 대중화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는 생성형 AI에 대해 더 많은 컴퓨팅 성능이 요구된다는 이야기다. 당장 그 영향은 메모리에서 시작된다. 이제까지는 GPU의 설계와 공급의 한계로 인해 메모리 수요가 일정 수준에서 제한되었지만 이제는 엔비디아 뿐 아니라 AMD의 ROCm도 CUDA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구글의 TPU를 비롯한 NPU의 성장도 예고되어 있다. 이는 곧 전반적인 메모리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메모리 부족은 AI 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부터 가전, 사물인터넷 등등 AI가 영향을 끼치는 엣지 컴퓨팅 환경까지 반도체가 지배해버린 환경에 불어닥치는 메모리 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의 반도체 부족에 버금가는 산업 전반의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환경 문제는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우리 사회가 AI의 성장에 대해서 치르는 대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26년은 무엇을 얻는 대신 어떤 것을 인정하고 내려놓을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원년이 될 것이다. 단순한 기대나 걱정을 넘어 현실적인 변화를 마주하고 특히 그 편리함에 뒤따르는 부작용을 받아들이고 풀어낼 수 있는 통찰력이 요구되는 '진짜 AI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올해 디지털포스트 PC사랑은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AI발 변화의 방향을 다양한 시선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먼저 인공지능, 반도체, PC, 모바일, 게임, 자동차,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2026년 AI 시대 전망을 풀어본다.
[디지털포스트(PC사랑)=박우용 편집위원 ]
AI 슈퍼사이클의 정점에서 마주한 '구조적 딜레마'와 시장의 변곡점
2026년을 목전에 둔 지금,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선 거대한 지각 변동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2023년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AI 슈퍼사이클'은 데이터센터의 연산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폭발시켰고, 이는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전례 없는 압박과 기회를 동시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NVIDIA)의 GPU가 주도하던 초기 시장은 이제 구글(Google), 메타(Meta), 아마존(Amazon)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설계한 커스텀 ASIC(주문형 반도체)으로 다변화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의 공급망이 가진 구조적 비효율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의 자체 AI 가속기인 TPU(Tensor Processing Unit) 생태계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구글은 전 세계 빅테크 중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공격적으로 자체 칩 생태계를 구축해 왔으나, 그 이면에는 '브로드컴(Broadcom)'이라는 거대 중개자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TSMC'라는 제조 병목(Bottleneck) 현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총소유비용(TCO) 절감이 지상 과제가 된 상황에서, 브로드컴이 가져가는 막대한 마진과 파편화된 공급망으로 인한 비효율은 구글에게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의 한계점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왜 지금 이 시점에 삼성전자의 '턴키(Turn-Key)'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가? 그리고 2026년 상용화될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는 단순한 메모리의 진화를 넘어 어떻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구글 TPU 공급망의 해부학적 분석부터 시작하여, 삼성전자가 준비해 온 HBM4 '로직 베이스 다이(Logic Base Die)' 기술의 혁신성, 그리고 이를 통합하는 파운드리-패키징 일괄 수주 전략의 경제적 타당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전략 분석을 넘어, 2026년 대한민국 반도체가 '메모리 강국'을 넘어 'AI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좌측은 다단계 공급망의 복잡성을, 우측은 삼성전자가 DSP 파트너사들과 협업하여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을 일원화한 턴키 모델의 효율성을 나타냅니다.
구글 TPU 제국과 '보이지 않는 손' 브로드컴의 지배력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구글 검색, 유튜브 알고리즘, 그리고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초거대 AI 모델의 배후에는 엔비디아의 GPU가 아닌, 구글이 자체 설계한 AI 가속기 'TPU'가 거대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2015년 TPU v1을 시작으로 현재 v6(Trillium)와 곧 출시될 v7(Ironwood)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성숙하고 방대한 커스텀 칩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이 거대한 TPU 제국을 실제로 건설하고 움직이는 '숨은 건축가'는 미국의 팹리스 기업, 브로드컴(Broadcom)입니다.
브로드컴의 역할... 설계와 제조의 중개자
현재의 TPU 공급망 구조에서 구글은 '건축주'로서 칩의 사양과 아키텍처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를 실제 실리콘으로 구현(Physical Design)하고, 수천 개의 칩을 연결하여 슈퍼컴퓨터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은 브로드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은 단순한 설계 지원을 넘어, 제조 전 과정을 총괄하는 '시공사' 역할을 수행합니다.
브로드컴 지배력의 원천은 바로 SerDes(Serializer/Deserializer) IP입니다. 이는 칩 내부와 외부를 오가는 데이터의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수만 개의 TPU가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지능(Intelligence)을 형성해야 하는 AI 데이터센터에서 혈관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구글은 브로드컴의 SerDes 기술 없이는 TPU 클러스터의 성능을 보장받을 수 없었기에, 브로드컴-TSMC-메모리 제조사로 이어지는 복잡한 공급망을 감수해 왔습니다. 브로드컴은 구글의 요구사항을 받아 TSMC의 공정에 맞게 칩을 설계하고, 패키징 과정을 감독하며, 최종적으로 완성된 모듈을 구글에 납품합니다. 이 과정에서 브로드컴은 사실상 구글의 하드웨어 부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깊숙이 관여해 왔습니다.
브로드컴 본사 전경. 사진=브로드컴 |
현재 공급망의 구조적 한계 '비용과 병목'
하지만 2025년 현재, 이러한 3각 편대(구글-브로드컴-TSMC) 구조는 심각한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비효율의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비용 구조의 왜곡 (The Broadcom Tax): 업계에서는 브로드컴이 TPU 공급 과정에서 일반적인 파운드리 파트너를 훨씬 상회하는 고마진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브로드컴 세금(Broadcom Tax)'은 구글의 인프라 투자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제조 파트너의 마진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구글 입장에서 이는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 비용을 가중시키는 주된 요인이며, 최근 구글이 미디어텍(MediaTek)과 같은 대안 파트너를 모색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미디어텍은 30% 수준의 마진으로도 TPU 수주를 희망하고 있어, 구글에게는 강력한 비용 절감 유인이 되고 있습니다.
TSMC CoWoS 병목 (Capacity Constraints): 엔비디아의 블랙웰(Blackwell), AMD의 MI300, 그리고 구글의 TPU까지 모든 첨단 AI 칩이 TSMC의 2.5D 패키징 공정인 CoWoS(Chip-on-Wafer-on-Substrate) 라인에 줄을 서고 있습니다. TSMC는 2026년까지 CoWoS 생산 능력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지만,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병목 현상은 구글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물량의 TPU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치명적인 리스크입니다.
공급망의 파편화와 핑거 포인팅 (Fragmentation & Finger Pointing): HBM은 한국(삼성/SK)에서 생산되고, 로직 다이는 대만(TSMC)에서 전공정을 거치며, 최종 패키징을 위해 다시 이동하는 과정은 물리적 리드타임(Lead Time)을 증가시킵니다. 또한, 최종 제품에서 불량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이 HBM에 있는지, 로직 다이에 있는지, 아니면 패키징 과정에서의 열화 때문인지 규명하기 어려운 '핑거 포인팅(Finger Pointing)' 현상은 수율 안정화를 저해하고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리스크 요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6년 상용화될 차세대 HBM4와 삼성전자의 턴키 전략은 구글에게 매력적인, 아니 필연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이미 브로드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디어텍과의 협력을 타진하고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에게도 파고들 틈새가 열리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게임 체인저, HBM4와 '로직 베이스 다이'의 기술 혁명
2026년은 HBM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해입니다. 6세대 HBM인 'HBM4'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데, 여기서 삼성전자의 진가가 발휘될 기술적 변곡점이 발생합니다. 바로 HBM의 가장 아래층에 위치한 '베이스 다이(Base Die)'의 성격 변화입니다. 이는 단순한 부품의 진화가 아니라, 시스템 아키텍처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합니다.
패러다임의 전환, 메모리 공정에서 4nm 파운드리 공정으로
기존 HBM3E까지 베이스 다이는 적층된 D램들의 데이터를 받아 프로세서로 전달하는 단순한 '버퍼(Buffer)' 역할에 그쳤으며, 주로 원가 절감을 위해 구형 공정이나 메모리 공정으로 제조되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HBM4부터 이 베이스 다이를 자사의 최선단 4nm 로직 파운드리 공정으로 직접 제조하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는 HBM의 기저부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연산과 제어가 가능한 '지능형 허브(Intelligent Hub)'로 변모함을 의미합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역량 부재로 인해 베이스 다이 생산을 TSMC와 협력(12nm/5nm 공정)해야 하는 '연합군' 전략을 취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의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이를 완전 내재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공정 효율성뿐만 아니라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구조적 강점입니다.
4nm 로직 베이스 다이가 가져올 기술적 초격차
삼성전자의 4nm 로직 베이스 다이 도입은 다음과 같은 기술적 이점을 제공하며, 이는 구글과 같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들에게 강력한 소구점이 됩니다.
구분
기존 HBM3E (메모리 공정 베이스 다이)
삼성 HBM4 (4nm 로직 베이스 다이)
기대 효과
기능
단순 데이터 버퍼링 (Buffer)
메모리 컨트롤러, PHY, 연산 로직 내재화
지연 시간(Latency) 최소화, 성능 극대화
인터페이스
1024-bit
2048-bit (2배 확장)
대역폭(Bandwidth) 획기적 증대
전력 효율
표준 전력 소모
I/O 전력 70% 이상 절감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TCO) 절감
제조 주체
메모리 제조사 단독 (SK/삼성)
삼성 파운드리 + 메모리 원팀 (Turn-key)
공급망 단순화, 책임 소재 명확화
기능 통합(Function Integration)과 지연 시간 단축: 4nm 미세 공정을 활용하면, 기존 GPU 본체에 위치하던 메모리 컨트롤러 등의 기능을 고객사의 필요에 따라 HBM 베이스 다이로 분산 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칩 간 데이터 이동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여 지연 시간(Latency)을 최소화하고 성능을 극대화합니다.
전력 효율성(Power Efficiency)의 비약적 개선: HBM4는 인터페이스 대역폭이 기존 1024-bit에서 2048-bit로 두 배 확장됩니다. 이로 인해 발열과 전력 소모가 급증할 수 있는데, 삼성의 4nm 로직 공정은 미세 회로를 통해 전압 스케일링에 유리하며, I/O 인터페이스 전력을 기존 대비 7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커스텀(Custom) HBM의 구현: 구글과 같은 고객사가 원하는 특정 IP나 기능을 베이스 다이에 심을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이는 범용 메모리를 넘어선, 고객 맞춤형 'Custom HBM'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됩니다.
삼성전자 HBM4 로직 공정. |
우측 삼성전자 HBM4는 4nm 로직 공정을 적용, 고객사의 필요에 따라 메모리 컨트롤러와 연산 로직을 베이스 다이에 내재화(Customizing)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브로드컴의 성벽을 넘어서... IP 동맹과 턴키 솔루션의 완성
물론, 삼성전자의 이러한 하드웨어적 강점만으로는 브로드컴이 가진 소프트파워, 즉 IP(설계자산)의 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칩 내부의 데이터 고속도로를 뚫는 SerDes 기술 없이 고성능 AI 칩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치밀한 '동맹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SAFE 생태계, 브로드컴의 대안적 연합군
삼성전자는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프로그램을 통해 브로드컴과 경쟁할 수 있는 세계적인 IP 기업들을 자사의 파운드리 생태계로 끌어들였습니다. 이는 브로드컴의 독점적 지위를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알파웨이브 세미(Alphawave Semi): 고속 연결 IP 분야의 리더인 알파웨이브는 삼성의 4nm 및 5nm 공정에서 PCIe Gen6, 112G/224G 이더넷 SerDes IP를 최적화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구글이 브로드컴을 통하지 않고도 검증된 고성능 인터페이스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알파웨이브는 3nm 공정까지 협력을 확대하며 삼성 파운드리 고객사들에게 브로드컴 수준의 연결성을 제공합니다.
시놉시스(Synopsys): 글로벌 EDA/IP 강자인 시놉시스 역시 삼성 파운드리 공정에 최적화된 방대한 IP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브로드컴의 기술적 해자(Moat)를 무력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시놉시스의 인터페이스 IP는 자동차 및 HPC(고성능컴퓨팅) 분야에서 삼성 공정의 신뢰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삼성 MDI SAFE 얼라이언스 파트너. 사진=삼성전자 |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의 역할 '가상 R&D 센터'
또한, 삼성의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인 에이디테크놀로지(ADTechnology), 가온칩스(Gaonchips)와 같은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이들은 구글과 같은 고객사의 설계를 삼성의 파운드리 공정에 맞게 최적화하고, 백엔드 설계(Back-end Design)를 지원하여 브로드컴이 수행하던 '설계 지원 및 제조 관리' 역할을 대체해 나가고 있습니다.
에이디테크놀로지(ADTechnology): 삼성 파운드리의 핵심 파트너로서, 최근 3nm 및 2.5D 패키징 설계를 포함한 턴키 수주 역량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서버용 반도체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HPC 분야에서 삼성의 '가상 R&D 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가온칩스(Gaonchips): 시스템온칩(SoC)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며, 삼성 공정에 최적화된 설계 하우스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구글 TPU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삼성 파운드리와 팹리스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생태계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필살기... '턴키(Turn-Key)' 모델의 경제학
삼성전자가 제안하는 미래 모델의 핵심은 '원팀(One-Team), 원 캠퍼스(One-Campus)'입니다. 구글이 삼성전자라는 단일 창구(Single Point of Contact)와 소통하면, 삼성은 다음의 과정을 일괄 처리합니다.
파운드리: 삼성 파운드리(4nm/2nm)에서 TPU의 연산 코어(Logic Die)와 HBM4의 베이스 다이를 생산합니다.
메모리: 삼성 메모리사업부에서 HBM4 코어 다이를 생산합니다.
패키징(AVP): 삼성 AVP(첨단 패키징) 사업부에서 이 모든 것을 SAINT-
D(Samsung Advanced Interconnection Technology) 기술로 수직 적층 및 패키징합니다.
이 모델은 브로드컴이라는 중개인을 배제함으로써 중간 마진을 제거하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뿐만 아니라, 칩의 물리적 이동을 없애 납기(TAT)를 약 20%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타임 투 마켓(Time-to-Market)'이 생명인 AI 경쟁에서 구글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될 것입니다.
TSMC CoWoS vs. 삼성 SAINT-D 패키징 전쟁 심층 분석
2026년 AI 반도체 패권의 향방을 가를 또 하나의 승부처는 바로 패키징(Packaging)입니다. TSMC의 CoWoS 기술은 현재 시장의 표준처럼 여겨지지만, 물리적인 생산 능력(Capa)의 한계와 기술적 난이도 상승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항하여 차세대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SAINT-D 기술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 범프 없는 초연결의 시대
HBM이 12단을 넘어 16단(HBM4)으로 적층되면서, 칩의 두께 제한(720µm)을 맞추는 것이 물리적으로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기존의 마이크로 범프(Micro-bump)를 이용한 접합 방식(TC-NCF, MR-MUF)은 범프 자체의 두께와 간격 때문에 적층 단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으며, 열 방출에도 불리합니다.
삼성전자가 HBM4 16단 제품부터 적용할 예정인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 사이에 범프라는 매개체 없이, 구리(Cu) 전극을 직접 맞붙이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다음과 같은 혁신적인 이점을 제공합니다.
두께 감소: 범프가 사라져 칩 간 간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며, 16단 이상의 초고층 적층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동일한 높이에 더 많은 메모리 용량을 담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열 저항 감소: 금속 간 직접 결합으로 열 전도 효율이 높아져, 고성능 AI 칩의 최대 난제인 발열(Thermal) 문제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기존 방식 대비 열 저항을 약 35%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신호 전송 속도 향상: 배선 길이가 짧아져 전기적 특성이 개선되며, 이는 HBM4의 2048-bit 인터페이스 성능을 온전히 구현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세메스(SEMES)와 협력하여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내재화하고 있으며,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수율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주력하는 MR-MUF 기술 대비 차세대 공정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삼성전자 하이브리드 본딩. |
우측은 범프 없이 구리(Cu) 전극을 직접 맞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의 개념도입니다. (※ Cu 접합부는 이해를 돕기 위한 도식으로, 실제 공정은 CMP를 통한 평탄화 접합으로 이루어집니다.)
TSMC와의 패키징 경쟁
TSMC의 CoWoS 기술은 2.5D 패키징 분야에서 독보적이지만, CoWoS-L과 같은 최신 공정은 인터포저 크기의 한계와 복잡성으로 인해 생산량 증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삼성의 SAINT-D와 턴키 전략은 이러한 TSMC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입니다. 삼성은 HBM4와 로직 다이를 수직으로 적층하는 3D 패키징까지 로드맵에 포함하고 있어, 향후 더욱 고도화될 AI 칩 시장에서 TSMC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6년 시장 전망, 한국 반도체의 '골든 타임'
구글 TPU 로드맵과 삼성의 기회
구글은 2025년 4월경 TPU v7(코드명: Ironwood)을 출시하고, 이어 2026년에는 차세대 모델(TPU v8 추정)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특히 TPU v7 Ironwood부터는 대규모 추론(Inference)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칩당 192GB의 HBM 메모리와 강력한 연산 성능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고성능 사양은 필연적으로 비용 상승을 수반합니다. 구글은 비용 효율성을 위해 미디어텍 등에 일부 물량을 할당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브로드컴-TSMC 라인에서 탈피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어 HBM 공급 점유율을 과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나아가 턴키 수주를 통해 파운드리 점유율까지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4 샘플이 브로드컴의 성능 테스트를 통과하고 엔비디아의 검증 단계에 진입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삼성의 턴키 방식 반도체 설계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
리스크 요인과 극복 과제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4nm 및 2nm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 안정성은 여전히 시장의 검증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HBM4 로직 베이스 다이의 수율이 HBM 전체의 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4nm 공정 수율이 안정화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는 고무적입니다. 특히 HBM4용 로직 베이스 다이는 거대한 모바일 AP 대비 칩 면적이 작아, 고수율 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원가 경쟁력 확보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의 난이도와 초기 투자 비용, 그리고 중국 YMTC 등 경쟁자들의 특허 견제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추격자'에서 '초월자'로, 2026년의 비전
지금까지 분석한 구글 TPU 공급망의 변화와 HBM4 기술 혁신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가 명확합니다. 우리는 지금 '메모리 1등'이라는 안락한 지위를 넘어, '시스템을 통합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HBM4 로직 베이스 다이'와 '턴키 전략'은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닙니다. 이는 브로드컴의 고수익 독점 구조를 깨뜨리고, TSMC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치밀한 '공급망 재설계(Supply Chain Re-engineering)' 전략입니다. 2026년, 구글의 거대 언어 모델이 삼성의 파운드리에서 만든 두뇌와 삼성의 메모리가 결합된 칩 위에서 구동되는 모습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턴키 전략은 단순한 제조 통합을 넘어, 국내 팹리스 및 IP 파트너사들과 함께하는 'K-반도체 연합'의 승부수입니다.
정부 또한 '국가 AI 위원회'를 통해 AI 반도체를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AI G3 도약을 위해 700조 원 규모의 민관 투자를 예고하며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기업의 과감한 기술 투자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맞물린 지금, 2026년은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이자 '초월자'로 변모하는 원년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우리의 기술과 전략은 준비되었습니다. 이제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 세계를 선도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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