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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인 줄…” 청소원 오해 산 미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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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 요제프 보이스 (1921~1986)



1933년 나치가 독일에서 책을 불태우던 날, 어린 요제프 보이스는 책 한권을 구해냈다고 한다. 먼 훗날 그 스스로 주장한 이야기. 사실일까, 지어낸 일화일까? 예술가가 자기 이야기를 꾸밀 때, 사회는 진실의 잣대를 들이대야 할까?



여느 독일 소년처럼 히틀러 소년단 활동을 했고, 여느 청년처럼 독일 군대에 들어갔다. 1944년에 비행기가 떨어졌지만 보이스는 살아남았다. 타타르 유목민이 짐승의 비계와 펠트로 그를 감싸서 목숨을 구했다고. 이 일 때문에 펠트와 비계를 자기 작품의 주된 재료로 삼게 되었다는 것. 이 역시 자기 주장. 사실일까, 지어낸 말일까? 나치 부역자라는 의혹을 피하려고 스스로 만든 이야기는 아닐까?



1946년에 미술대학에 들어갔고, 현대미술 작가로 주목받았다. 1964년에 독일 아헨에서 퍼포먼스를 하다가 성난 관객에게 얻어맞아 코피가 터졌다. 1965년의 퍼포먼스는 유명하다. ‘죽은 토끼에게 그림을 설명하는 법’. 보이스는 죽은 토끼 한마리를 안고 들어와 그림 설명을 속삭였다. 관객은 유리창 밖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왜 관객을 배제했을까, 왜 하필 죽은 토끼였을까?



미대 교수로 재직하던 1972년,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까지 제자로 받겠다며 학교 행정실을 점거했다가 교수 자리에서 쫓겨났다. 학생을 위한 진심이었을까, 자기 이름을 높이려는 전략이었을까, 아니면 예술 제도에 대한 성찰이었을까?



1974년의 미국 퍼포먼스, ‘미국도 내가 좋고 나도 미국이 좋아’. 보이스는 응급차와 들것에 실려 왔고 미국 땅을 밟지 않았다. 전시장에서 코요테와 사흘을 같이 살았다. 1979년 구겐하임 회고전 이후에 “천재인가, 사기꾼인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1986년 1월23일에 숨졌다. 세상을 떠난 이듬해, 보이스가 생전에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에 설치한 작품 ‘비계 구석’을 청소원이 쓰레기인 줄 알고 철거했다. 주제 전달에 실패한 작품인가, 보이스다운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인가?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는 질문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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