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날씨가 너무 춥고 카페에 들어가면 따로 돈을 써야 하는데 여기는 잠깐 앉아 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아서 좋아요.” 2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인형뽑기 가게에 앉아 추위를 녹이던 박 모(23)씨는 이같이 말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가 이번 주 내내 이어지는 가운데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과 인형뽑기 가게 등 민간 무인 점포가 ‘신흥 한파’ 대피소 역할로 떠오르고 있다. 야간에 문을 여는 공식 한파 쉼터의 수가 극히 제한될 뿐 아니라 도심 접근성이 좋은 무인 점포들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속속 옮기는 모습이다.
박 씨는 “편의점에 한파 쉼터 안내 스티커 붙여져 있는 건 봤지만 따로 공간이 있는 건 몰랐다”며 “위치를 적극 홍보해서 추운 날씨에 사람들이 많이 갈 수 있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추운 날씨엔 한파 쉼터를 잘 몰라 근처 지하철역 안에 들어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방문한 60대 남성 김 모 씨도 “날씨가 추워서 편하게 들어가서 잠깐 몸을 녹이려 한다”며 “나이가 많으면 날씨가 추울 때 밖에 잘 안 나가게 되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기 떄문에 (추위에) 따뜻한 공간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파 쉼터 상당수는 야간 이용이 어려운 탓에 무인 점포들이 ‘강추위’ 대피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서울에서 운영 중인 한파 쉼터 1358곳 가운데 평일 오후 6시 이후에도 문을 여는 곳은 126곳에 불과했다. 전체의 9.3% 수준이다. 이 가운데서도 오후 8시에 문을 닫는 곳이 4곳, 오후 9시가 21곳으로 밤 10시까지 운영되는 쉼터는 31곳에 그쳤다. 이 때문에 추위가 가장 극심한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는 주거 취약계층과 노년층이 몸을 녹일 공간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 인형뽑기 매장을 이용하는 30대 여성 A 씨는 “최근 날씨가 너무 추워서 시간대에 관계 없이 여름보다 사람들이 많이 온다”며 “기온이 더 낮아지는 저녁에는 길 가다가 이유 없이 들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강추위에 무인 점포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점주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특성상 장시간 체류나 도난 사고 발생 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점주들은 “날씨가 너무 추워 한파 대피소 역할을 하게 될까 걱정된다”며 “도난 사건 등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무인 점포들 곳곳엔 ‘도난 사고 적발 시 철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공지글이 붙어 있다.
전문가들은 한파가 이처럼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거취약계층 등을 위해 야간·심야 시간대까지 이용 가능한 공공 한파 쉼터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무인 점포로 몰리는 현상은 강추위에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야간에도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한파 대피소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real@sedaily.com정유나 기자 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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