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황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 월가를 뒤흔든 대형 범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면을 요청했다.
2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60억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53조원) 규모의 가족 자산 운용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 간 한국계 투자자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지난해 법무부에 사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법무부 사면 절차를 통해 매년 수 천 명이 감형 또는 사면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에서 종종 정식 절차를 건너뛰고, 직접 최종 결정권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블룸버그는 황 씨가 정식 절차를 밟았는지 대통령 특별 사면을 신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인 황 씨는 지난 2021년 3월 전 세계 금융계를 뒤흔든 이른바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의 핵심 인물이다.
아케고스는 당시 은행들에게 자금을 빌려 파생상품으로 5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했다. 일각에서는 운용 규모가 1600억 달러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핵심 투자 종목이었던 비아콤CBS가 유상 증자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은행들은 담보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아케고스에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보냈다.
아케고스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하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담보로 잡고 있던 주식을 시장에 블록딜(주식 대량 일괄 매매)로 내던져 약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안겼다.
가장 늦게 발을 뺀 크레디트스위스(CS)는 마진콜 사태와 함께 여러 불법 자금 세탁 스캔들까지 불거졌고 결국 2023년 3월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져 경쟁사인 UBS에 흡수 합병됐다.
황 씨는 이 사건으로 단 이틀 만에 약 200억달러(약 29조4000억원)의 개인 재산을 잃었다. 블룸버그는 이 사건을 두고 “현대 금융 역사상 단기간에 가장 많은 재산을 날린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태로 황 씨는 시세 조작 및 사기 혐의로 기소돼 2024년 11월, 미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개인 재산은 대폭 줄어들었지만 그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 그레이스 앤 머시 재단에 지난 2024년 기준 7억 달러(약 1조원)가 넘는 자산이 기록돼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설립자.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같은 날 보도에서 혈액 검사 스타트업 '테라노스'로 전 세계적인 사기를 저지른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면 신청서가 접수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변호사 웹사이트 로이어로열(lawyeroyer)에 따르면 홈즈의 감형 신청서는 지난해 12월 중순 법무부 데이터 베이스에 등록됐다. 지난 2022년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3년 만이다.
홈즈는 법원으로부터 2023년 5월 4억5200만달러(약 6600억원)의 배상금을 명령받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감형을 허용하더라도 배상금을 지급해야 가석방될 수 있다. 다만 사면으로 판정되면 배상금 지불 의무도 사라지게 된다.
홈즈는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인물이다. 그가 설립한 테라노스는 손가락에서 채취한 몇 방울의 혈액만으로 240여 가지 질병을 사전에 검사할 수 있으며, 기존 검사의 10% 가격으로 검사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떠오르는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았고, 홈즈는 단숨에 젊은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당시 홈즈의 순자산은 45억달러(약 6조6000억원), 테라노스의 가치는 90억달러(약 13조 2000억원)까지 치솟았다.
홈즈의 사기극은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의 보도로 막을 내리게 됐다. 이 사건으로 홈즈는 2023년 5월 수감됐다. 모범수로 일부 감형돼 2031년 12월 30일 석방될 예정이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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