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국제뉴스 언론사 이미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천안시" 보조금 심의에 이해당사자 앉혀 '혈세 결정'

국제뉴스
원문보기
[이원철 기자]
천안시청 전경 (사진/천안시 제공)

천안시청 전경 (사진/천안시 제공)


(천안=국제뉴스) 이원철 기자 = 천안시가 보조금 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라는 행정의 기본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보조금 심의위원이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지원 안건을 심의하는 자리에 참석했고, 결국 수천만 원의 시 예산이 해당 기관에 지급됐다. 이에 시민 세금을 다루는 행정이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7일 열린 천안시 보조금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시작됐다. 이날 위원회에는 특정 민간기관에 2천500만 원의 신규 보조금을 지원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그런데 해당 보조금을 신청한 기관에 소속된 인사가 심의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천안시 보조금관리위원회 운영 기준에는 위원이 본인 또는 소속 기관과 관련된 안건을 심의할 경우 반드시 제척하거나 회피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해충돌을 차단하라는 명확한 규정이다. 그러나 천안시는 이를 정면으로 무시했다.

시는 "의결권만 행사하지 않으면 회의 참석은 가능하다"는 자체 해석을 내렸고, 해당 위원은 실제로 심의 과정 전반에 배석했다. 제도를 지키기보다는 규정을 비틀어 상황을 넘긴 셈이다.

표결 결과는 찬성 3표, 반대 3표로 가부 동수였다. 그럼에도 보조금 지급은 최종 의결됐다. 이해관계자가 배석한 회의에서 시민 혈세의 향방이 결정되면서, 보조금 심의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사실상 붕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해당 위원은 2021년과 2022년에도 자신이 단체장을 맡고 있던 기관이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된 심의에 여러 차례 참석했고, 그 결과 약 1억3천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해당 단체에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금은 인건비와 공공요금 등 단체 운영을 위한 법정운영비 성격이었다.

이 위원은 또 다른 단체의 고문과 등기이사로도 활동하며 보조금 심의에 관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보조금 심의 테이블 곳곳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시 보조금 지급에 반대한 일부 위원들은 "이해충돌이 너무 명확해 도저히 찬성할 수 없었다"며 "당사자가 심의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제도를 무력화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식이면 보조금 제도는 결국 내부자끼리 나눠 갖는 구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안은 천안시의회 김철환 의원이 공식 문제 제기에 나서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철환 의원은 통화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시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어 "어떠한 경우라도 이런 나쁜 상황이 관행처럼 반복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강조하며,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김 의원은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보조금 제도에서 이해충돌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담당 부서장은 전화 통화에서 "심의 절차상 일부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나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번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심의위원은 통화에서 "어떠한 특혜나 문제되는 행동은 없었으며, 모든 절차를 규정에 따라 따랐다"고 해명했다.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보조금 심의에서 이해충돌 관리가 이처럼 허술했다는 사실은 천안시 행정 전반의 기강 해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심의 기준을 전면 재정비하고, 이해당사자의 배석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강력한 제도 개선 없이는 시민 신뢰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작권자 Copyright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대통령 정책
    대통령 정책
  2. 2또 럼 서기장 연임
    또 럼 서기장 연임
  3. 3정성호 쿠팡 투자사 주장
    정성호 쿠팡 투자사 주장
  4. 4차은우 탈세 의혹
    차은우 탈세 의혹
  5. 5캄보디아 스캠 범죄 압송
    캄보디아 스캠 범죄 압송

국제뉴스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