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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라더니 왜 안 싸지나" 월경용품, 부가세 '면제'의 착시…영세율로 바꿔야

우먼컨슈머 임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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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탐폰은 매달 사야 하는 필수재지만, 국내 제도는 '부가가치세 면제'에 머물러 가격을 제대로 낮추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는 "최종 소비자 단계 면세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생산·유통 단계에서 낸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영세율(0%)' 전환을 촉구했다.

월경용품 가격 부담이 '고정지출'로 굳어지면서 여성 소비자의 건강권과 생활권을 위협한다는 문제 제기가 거세지고 있다. 생리대와 탐폰은 월경 기간마다 반복 구매가 불가피한 필수재인데도, 가격은 내려갈 기미가 없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생리대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39% 비싸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고가 논란은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한국은 2004년부터 생리대를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소비자 단계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했지만,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결국 세제 혜택이 최종 판매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면세가 '세금을 안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급망 곳곳에서 부과된 비용이 가격에 스며들면 소비자는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표도 상승 흐름을 보여준다. 국가통계포털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2025년 3분기 기준 생리대 소비자물가지수는 118.48로, 2020년 대비 18.48%p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의 2017년 조사에서도 국내 생리대 가격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언급됐다.

당시 국내 개당 평균 가격은 331원으로 프랑스(218원), 미국·일본(181원)보다 100원 이상 비쌌다는 것이다. 가격 격차가 이어지면서 일부 소비자는 해외 직구로 월경용품을 구매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해외 흐름은 정반대다. 독일은 생리용품을 사치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으로 분류해 부가세를 19%에서 7%로 낮췄고, 캐나다는 2015년 여성 위생용품에 부과되던 연방판매세(GST) 5%를 전면 폐지했다.


EU도 회원국이 생리용품에 비과세 또는 감면 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길을 열었다. 인도·호주도 2018년 생리대 관련 세금을 없앴고, 미국은 여러 주에서 '탐폰세'를 폐지하거나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스트리아는 2026년 1월 1일부터 탐폰세를 전면 폐지하며 생리대·탐폰·생리용 속옷뿐 아니라 콘돔, 피임약 등까지 면세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무상 제공 정책도 확산 중이다. 영국은 학교에 월경용품 비치를 확대했고, 스코틀랜드는 '무상 생리대' 제도를 시행했다. 케냐·뉴질랜드·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학교나 공공장소 무료 비치가 제도화되는 추세다.


국내도 저소득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금액이 물가를 따라가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는 2016년부터 지원을 시행했고, 2022년에는 지원 연령을 만 9~24세로 확대했다. 2025년 12월에는 연간 지원금액을 16만 8000원(월 1만 4000원)으로 올렸지만, 실제 구매비용은 이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위생·감염 예방을 위해 생리대는 3~4시간마다, 탐폰도 4~8시간 이내 교체가 권고된다. 월경 기간을 평균 5일로 보면 최소 30~40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기준으로 2025년 12월 19일 유한킴벌리 '화이트 시크릿홀 날개 중형(36개입)' 오프라인 평균 판매가는 1만 3124원으로, 오버나이트·팬티라이너 등을 추가하면 월 1만 4000원 지원금만으로는 빠듯할 수 있다.

문제는 제도의 설계다. '면세'는 소비자 판매 단계에서 세금을 붙이지 않는 방식인 반면, '영세율(0%)'은 판매 단계 세율을 0%로 두면서 생산·유통 단계에서 이미 낸 매입세액을 환급해주는 구조다.

즉, 기업이 부담한 세금이 환급되면 가격 인하로 이어질 여지가 커지고, 세제 효과가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미국 뉴저지주 사례에서는 생리대 판매세 폐지 이후 소매가격이 7.3% 하락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시민단체는 "월경용품에 영세율을 적용하면 별도의 대규모 예산 투입 없이도 가격 부담을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현재 평균가 1만 3124원 수준의 생리대 1팩에서 간접세 부담이 5~10%만 낮아져도 소비자는 월평균 2000~4000원, 연간 최대 5만원가량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년 5~9% 수준의 가격 인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단계 면세만으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월경용품은 십 대부터 중·장년까지 대부분의 여성에게 의학적으로 필요한 필수재다. '면세'라는 말이 더 이상 가격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세제 구조를 소비자 체감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세율 전환은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여성 소비자의 건강권과 기본생활을 지키는 정책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우머컨슈머 = 임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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