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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참사 키운 로컬라이저 둔덕…옛 청장들 “몰랐다·상부 결정”

이데일리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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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여객기 참사’ 국조특위 청문회
이석암·장종식 전 서울지방항공청장 증언
수사·관리 부실 질책…유류품 처리 의혹도
경찰 수사·사조위 조사 지연에 유족 ‘분노’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국회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콘크리트 둔덕의 방치 경위를 정면으로 추궁했다.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당시 항공 당국 책임자들은 보완 요구를 “몰랐다”거나 “상부 결정에 따랐다”고 증언했고, 여야는 반복된 책임 회피가 참사를 불렀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22일 청문회를 열고 국토교통부와 경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 전후 대응과 조사 과정 전반을 점검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 등 관련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사진=국회방송 캡처)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 등 관련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사진=국회방송 캡처)


“국토부, 2004년 둔덕 기준 부적합 조사 결과 묵살”

이날 청문회에서는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과거 보완 요구가 있었음에도 묵살된 경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2004년과 2007년 당시 무안공항을 관할하던 서울지방항공청장들은 “보완 요구를 몰랐다”거나 “상부기관 결정에 따랐다”고 증언했다.

이석암 전 서울지방항공청장(2004년 재직)은 “재직 기간 로컬라이저 문제를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며 “기본시설 공사에 집중하느라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압수수색을 해서 관련 문서를 보여 달라”고 했다. 장종식 전 청장(2007년 재직)은 “보완 요구가 있었지만 항공안전본부에서 차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천우 국민의힘 의원은 “2004년 활주로 말단 300m 이내 둔덕이 기준에 부적합하다는 한국공항공사 합동조사 결과가 있었음에도 국토부에서 묵살됐다”며 “시정 기회가 있었음에도 왜 방치됐는지에 수사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동 대응 실패와 예방 시스템 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류 충돌을 막았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고 당시 조류 퇴치 인력은 새벽 시간대 1명에 불과했고 확성기·엽총 등 비과학적 방식에 의존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조류 충돌 예방 대책이 부실했던 것은 분명하고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현재는 인력 확충과 전파탐지기 도입 등 과학적 시스템을 보강했다”고 답했다.


항공기 비상 상황 대비 훈련 미흡 문제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양쪽 엔진 고장 상황에 대한 훈련이 국내 항공사에서는 의무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은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1년 지났는데 책임자 없어…수사 속도 내야”

경찰 수사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고 발생 1년이 지났지만 구속자도 없고 핵심 책임 규명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로컬라이저 관련 33명을 입건해 조사중이며 2003년 설계 변경과 관련해 추가 책임자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사고 현장 유류품과 잔해가 지난 20일 있었던 국조특위의 현장조사 직전 수거된 경위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엄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까지 있던 유류품이 사라졌다”며 수거 지시자와 목록 제출을 요구했다. 사조위 측은 “조사 종료 이후 조사관들이 정리했다”고 해명했지만, 의원들은 증거 보존 실패이자 은폐 논란이라고 비판했다.


청문회가 이어지는 동안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분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책임을 떠넘기는 증언이 이어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했고 회의장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유가족들은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느냐”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족들이 지난 1년간 들은 것은 사과가 아니라 ‘조사중’이라는 말뿐이었다”며 김 장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김 장관은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설치 과정의 위법성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 설계·시공·감리 업체 등 9개 기관 11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전·현직 국토부 공무원을 비롯해 관제·안전 관리 담당자, 시설 공사 관계자 등 총 44명을 조사중이다. 국조특위는 청문회 결과 등을 토대로 오는 27일 최종 결과 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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