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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톡]배터리 슈퍼사이클, 사람 없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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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산업이 '캐즘'의 골짜기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속도가 주춤하면서 장밋빛 전망 대신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달리 보면 지금 정체기는 폭풍 전 고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와 거스를 수 없는 탄소중립 정책에 다시 시동이 걸리는 순간 '배터리 슈퍼사이클'은 도래할 것이다. 준비된 국가와 기업만이 과실을 누릴 수 있다. 그 준비의 핵심은 단연 사람이다.

교육부는 대학 재학생을, 고용노동부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산업통상부는 재직자 중심의 배터리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그러나 산업계의 갈증은 여전하다.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파편화되어있는 것이 문제다.

현재 이차전지 교육에는 '표준'이 없다. 기계공학이나 전자공학처럼 수십 년간 축적된 정규 교과 체계도, 산업 전반에서 통용되는 자격 기준도 없다. 대학마다 소단위 전공(마이크로디그리)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커리큘럼은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표준 교재도 부족해 강연용 PPT 자료가 교과서를 대신하는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선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배웠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 검증할 표준 자격증조차 없다.

지금처럼 산발적인 인재 양성이 계속된다면 캐즘 이후 찾아올 슈퍼사이클에서 K-배터리는 인력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교육 체계화를 고민해야 한다. 표준화된 교과목, 공통 교재, 교수법 가이드라인, 자격·인증 제도가 함께 가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과 정부, 산업계가 참여하는 '이차전지 교육과정 표준화 추진단' 같은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도 나온다.

캐즘은 위기가 아니라 정비의 기회다. 슈퍼사이클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기술 이전에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을 키우기 위해선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이 배터리 슈퍼사이클을 준비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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