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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올 설에 흥행 “갑니다”..비극의 역사에서 길어 올린 웃음과 눈물[이 영화]

파이낸셜뉴스 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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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개봉, 장항준 감독 신작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쇼박스 제공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쇼박스 제공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쇼박스 제공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쇼박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올 설 극장가 흥행을 예고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비극의 역사에서 길어 올린 희망과 절망,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세종대왕의 장남 문종의 외아들이었던 단종 이홍위는 병약한 아버지가 재위 2년 만에 세상을 떠나면서 불과 열두 살의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숙부 수양대군(훗날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된 끝에 열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조선 제6대 왕이다.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주연..장항준 감독 신작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는 한국영화 최초로 단종을 서사의 중심에 세운 작품이다. 계유정난(1453) 전후를 재현하며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과정에 집중했던 기존 영화·드라마와 달리, 이 작품은 힘없이 왕위를 빼앗긴 어린 선왕의 무기력한 삶에 온기와 존엄을 불어넣는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에 겨우 한두 줄 언급되는 ‘이름 없는 충신’ 엄흥도를 새롭게 재창조한 점이 인상적이다. 강원도 영월의 관리였던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비밀리에 매장한 인물이다. 영화 속 엄흥도는 산골마을 광천골의 청령포를 유배지로 유치해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꿈에 부푼 촌장으로 그려진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담는다. 해학적인 표정 연기가 일품인 유해진과 ‘약한 영웅’ 시리즈로 주목받은 박지훈이 각각 촌장과 단종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 계유정난을 설계해 단종을 폐위하고 세조의 즉위를 가능하게 한 냉철한 권력자 한명회 역의 유지태, 단종을 끝까지 지킨 궁녀 역의 전미도, 엄흥도의 아들 태산 역의 김민을 비롯해 박지환, 이준혁, 안재홍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특별출연해 탄탄한 연기 앙상블을 완성했다.

유해진은 매 장면 웃음을 불어넣으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특유의 페이소스로, 25년 넘게 충무로를 지켜온 주조연 배우로서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가난한 마을 사람들 앞에서 이웃 마을이 유배지 유치로 얼마나 배부르게 살게 됐는지를 원맨쇼처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이 눈앞에 그려진다. 선왕 앞에 맛있는 밥상을 차리기 위해 치른 노고를 깨알같이 자랑하는 장면에서는, 단종을 연기한 박지훈처럼 관객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과 겹쳐 보이는 선왕의 비극적 운명과 그의 마지막 부탁을 실행하는 하이라이트에서는 끝내 눈물을 쏟게 만든다.

박지훈은 겁에 질린 무기력한 어린 선왕으로 등장해, 마을 사람들의 호의 속에서 점차 생기를 되찾고 다시 한명회의 냉혹한 권력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참담한 심경을 조용하지만 단단한 연기로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날렵한 도시 남자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유지태는, 마치 맹수처럼 위압적인 존재로 권력을 휘두르는 한명회를 연기하며 기존 사극 속 간신과는 결이 다른 악역을 선보인다.


"유명세보다 연기력과 캐릭터 적합성 캐스팅..천운도 따랐다"

장항준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현장에서 연기력 하나만을 보고 캐스팅했다”며 “유명세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캐릭터 싱크로율과 연기력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고 밝혔다.

그는 유해진에 대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유해진 배우를 떠올리고 작업했다”며 “대본보다 훨씬 더 큰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배우”라고 극찬했다. 이어 유해진과 박지훈의 호흡에 대해 “촬영 현장에서도 두 배우가 실제 부자처럼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영화 속 관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의 추천으로 ‘약한 영웅’의 박지훈을 캐스팅했는데, 출연이 확정된 이후 박지훈의 글로벌 팬덤은 눈에 띄게 확장됐다. 이준혁 역시 캐스팅 이후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로 인기가 고공행진하며 “천운이라 생각했다”고 웃어 보였다. 안재홍은 특별출연 제안을 받고 극 중 유해진과 경쟁 관계에 놓인 또 다른 마을 촌장 역을 직접 원했다. 두 배우가 만들어낸 앙상블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웃음을 자아내고, 유해진의 뒤를 이을 배우가 바로 안재홍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장항준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가 전부 다 뛰어나다는 평가에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영화는 상상할 수 없다”며 “현실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작품 속 관계로 이어졌고, 그 점이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뿌듯해했다.

엄흥도 실록에 단 몇줄 등장

역사적 인물을 다루나 기록의 빈틈은 상상력으로 채웠다. 장 감독은 “엄흥도라는 인물은 실록에 단 몇 줄로만 등장한다”며 “기
21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항준 감독, 배우 유지태, 김민, 전미도, 박지훈, 유해진.

21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항준 감독, 배우 유지태, 김민, 전미도, 박지훈, 유해진.


록의 행간을 어떻게 극적으로 확장할지 많은 고민과 상상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단종의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설과 기록을 검토하며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영화적 상상인지 끊임없이 질문했다”고 덧붙였다.

유해진은 “단종의 마음을 머리로 계산하기보다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했다”며 "특히 강가에서 단종을 바라보는 장면을 언급하며 “어린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라는 감정을 느꼈다”며 단종의 비극적 운명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로 읽었을 때 막연하게 느꼈던 슬픔과 온기가 촬영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언급했다. 또 박지훈 배우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많은 감정을 던져줘 큰 도움을 받았다”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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