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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미스터 관세, 또 큰소리만 치고 꽁무니 빼는가

서울경제 뉴욕=윤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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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25>
트럼프 "무력 사용 않고 유럽 관세 부과 안 해"
나토 총장과 모종 합의···'아첨 외교' 뤼터 침묵
금융시장 일부 회복···월가도 '타코' 트레이드
EU, 파국 피했지만 불안 여전···캐나다도 가세
무역협정 보류 뒤 '자강론'···절충안 쉽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에 대한 이른바 ‘그린란드 관세’ 계획을 돌연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한번 출렁거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난해부터 ‘미국 지도자의 관세 위협→협상→관세 재차 위협→재협상→어중간한 합의→자화자찬’의 과정이 잇따르면서 월가에서는 이를 이용한 투자 기법까지 유행할 정도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을 자제하고 외교 협상으로 그린란드를 얻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간 갈등 구도는 역으로 장기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 계속되면서 한국 등에 예고한 100% 반도체 관세에도 협상의 여지가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그린란드에 무력 사용 않고 유럽에 관세 부과 안 해”…금융시장 일부 회복



21일(현지 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하루종일 요동을 쳤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에 유럽이 강대강 자세로 나온 탓에 침체에 빠졌던 금융시장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오전부터 안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미국 말고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우리가 위대한 강대국임을 2주 전 베네수엘라에서 파악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린란드를 통치하는 덴마크를 향해 “은혜를 모른다”고 지적하면서 풍부한 희토류 등을 미국이 개발해야 유럽에도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내가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그린란드에 대한 임대 계약이 아니라 완전한 소유권”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래 합의의 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 “그린란드에 적용되는 골든돔(미국의 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하고 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스티브 위코프 중동 특사와 다양한 다른 사람들이 협상을 맡을 것이고 그들은 나에게 직접 보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다보스 포럼 기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며 “관세는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적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8개국에 대해 2월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7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관세 왕’ ‘미스터 관세’라는 문구가 담긴 본인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올리고, 20일에는 그린란드와 캐나다·베네수엘라에 성조기를 내건 자극적인 합성 그림을 게시하는 기행까지 선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도 사용하지 않고 관세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미국 자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6%, 나스닥종합지수는 1.18% 뛰었고 비트코인 가격도 장중 2% 이상 오르며 9만 달러 선을 회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철회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전날 급락했던 상황을 벗어나 이날 소폭 반등했다. 전날 4.29%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이날 1% 이상 떨어져 4.24%로 내렸다. 채권 금리가 내리면 가격은 그만큼 오른다. 미국과 유럽 간 대치로 경기가 일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해소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0.43% 올랐다.



중국·반도체·의약품 등 ‘타코’ 반복에 월가도 투자 이용···뤼터 “북극 문제, 트럼프가 옳아”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겉으로 호통만 치고 뒤로는 꼬리를 내린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른바 ‘타코(TACO)’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성향은 이제 월가에서 하나의 투자 기법으로도 활용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발표해 주가가 급락하면 저가 매수하고 정책을 철회해 시장이 반등하면 파는 투자 전략이다. 타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의 약자다. 지난해 5월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금융 평론가 로버트 암스트롱이 미국 주식시장의 회복세를 분석한 글에서 이 말을 처음 썼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예고했다가 번복하기를 수차례 되풀이했다. ‘해방의 날’이라는 4월 2일부터 각국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곧바로 90일 유예 기간을 가졌다. 대(對)중국 관세의 경우도 말로만 145%까지 올렸다가 5월 10∼11일 스위스 제네바 1차 고위급 미중 회담을 계기로 단번에 115%포인트를 깎고 휴전에 들어갔다. 반도체·의약품 등 주요 품목 관세 상당수도 위협 수단으로만 휘두를 뿐 막상 제대로 부과한 적은 없다. 소고기·커피·바나나 등에 대한 관세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 부담으로 지난해 11월 슬그머니 폐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선 자세를 취한 것은 지난해 상호관세 발표 때처럼 무역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시장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도 그린란드 문제로 전날 주가가 급락한 점을 따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오른 것에 비하면 하락은 미미하다”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주식시장은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러시아,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동맹국과 완전히 등을 지고 미국 혼자 이들을 견제하기는 어렵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 고위 관료들은 자국을 경계할 목적으로 존재하는 나토에 큰 균열이 생기자 이를 조롱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지나치게 ‘아첨 외교’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는 뤼터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에 또다시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모종의 합의를 맺은 장본인인데도 말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현재 긴장이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지만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신중한 외교”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 사안을 막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믿어도 되지만 공개적으로 할 수는 없다”며 “북극 문제에 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옳고 다른 나토 지도자들도 맞다”고 말했다.




파국은 피했지만···안심 못하는 유럽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지난 1916년 8월 4일 그린란드에 대한 덴마크의 주권을 인정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는 당시 덴마크에 속했던 세인트 존, 세인트 토마스, 세인트 크로이 등 카리브해 섬들을 미국이 2500만 달러에 매입하는 조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섬들은 덴마크의 식민지였다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로 편입됐다. 조약은 1917년 1월 비준을 거쳐 공포됐다. 로버트 랜싱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은 “덴마크의 서인도제도를 양도하는 조약에 서명함에 따라 미국 정부는 덴마크 정부가 그린란드 전역에 걸쳐 정치·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고 조약에 명시했다.

미국은 그럼에도 그린란드에 여러 차례 눈독을 들였다. 1867년 윌리엄 수어드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은 러시아에서 알래스카를 사들인 이후 덴마크에도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팔라고 제안했다. 미국은 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침략을 막기 위해 그린란드에 군 병력과 자산을 배치한 뒤 전쟁이 끝나자 이 땅을 1억 달러어치 금과 맞바꾸자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부터 그린란드 매입 의향을 일방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이 열리기 직전까지도 그린란드를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토도 매우 기쁘고, 우리도 매우 기쁠 해법을 찾아낼 것”이라며 “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도 국방비를 내지 않다가 5%까지 증액한 건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가자지구 평화 구상의 2단계의 핵심 조처로 마련한 ‘평화위원회’와 관련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UN을 비난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의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UN은 내가 수많은 전쟁을 해결했음에도 나를 한 번도 도와준 적이 없다”며 ‘평화위원회가 유엔을 대체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최악의 파국은 피했지만, 유럽은 아직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FT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위원회 초청을 거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가입비가 10억 달러(약 1조 4800억 원)나 되는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참여한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 관세 위협을 받은 8개국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에도 트루스소셜에서 영국이 모리셔스에 차고스 제도를 반환하기로 한 사실을 맹비난했다. 지난해만 해도 차고스 제도 반환에 찬성하다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

프랑스는 그린란드에서 나토 군사 훈련을 하자고 제안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21일 “프랑스는 그린란드 내 나토 군사 훈련을 요청하며 이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린란드에서 개별적으로 병력을 파병한 8개국에 대해서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려 하자 이를 나토 전체로 확산하겠다는 계산이다. 프랑스는 지난 15일부터 그린란드에서 덴마크가 주관하는 합동 군사 훈련 ‘북극 인내 작전’에 참여하다가 미국의 추가 관세를 받을 뻔했다.



“자체 방어 강화” EU, 무역협정 보류하고 캐나다까지 파병 추진···글로벌 경제, 절충안 합의 때까지 변동성 클 듯




알렉산더 졸프랑크 독일 연방군 작전지휘사령관은 20일 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심 때문에 나토 영토가 러시아의 공격에 더 취약해진다고 경고했다. 독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전 품목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곧바로 그린란드 군사 훈련에서 철수했다.

21일 스웨덴 경제 매체 다겐스 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스웨덴 최대 연기금인 알렉타는 보유하던 미국 국채 대부분을 매도했다. 그 규모는 700억~800억 크로나(약 11조 2700억 원~12조 8800억 원)에 달한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유럽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하라”는 위협을 받는 캐나다도 그린란드 주권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병력 파견을 검토하고 나섰다. 캐나다는 미국과 맞닿은 남부 국경 강화에 이미 10억 달러(약 1조 4800억 원)를 투입한 상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강대국들이 경제적 통합을 무기로, 관세를 지렛대로, 공급망을 약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전환이 아닌 세계 질서의 파열”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의회는 일단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협정 승인을 무기한 보류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21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대립 아닌 협력의 길로 돌아올 때까지 무역협정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애초 다음 주 예정했던 표결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EU 회원국 영토와 주권을 위협하고 관세를 강압적 수단으로 사용해 무역관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EU산 제품에 부과한 상호관세 30%를 15%로 낮추는 대신 6000억 달러(약 880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유럽은 대화와 해결책을 선호하지만 필요하면 단결과 긴급성, 결단력을 갖고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점점 더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이 세상에서 유럽은 강한 경제, 번영하는 단일 시장과 산업 기반, 강력한 혁신과 기술 역량, 단결된 사회, 진정한 자기방어 능력 등 자체적인 힘의 지렛대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미국과 유럽 간 갈등 속에 우크라이나는 가장 큰 유탄을 맞았다. 21일 FT에 따르면 이번 그린란드 갈등으로 8000억 달러(약 1175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 합의는 다보스 포럼에서 유예됐다. 고위급 협상은 중단됐고, 미국은 20일 저녁 회담에 대표단도 보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뤼터 사무총장이 물밑에서 어떤 합의를 맺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이 합의가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 모두 만족시키는 안이 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조건으로 현재 군사적으로 점유하는 돈바스 지역을 고수하듯, 트럼프 대통령도 그린란드 영유권을 포기할 가능성이 적은 까닭이다. 뤼터 사무총장 성향과 양측 관계를 고려할 때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어떤 식으로든 병합하면서 나토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안이다. 물론, 이 방안도 엄청난 진통이 예상되며 다른 절충안도 금세 생각하기는 어렵다. 다른 지정학적 위기 사안들처럼 해당 이슈의 마감 시한도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가 있기 몇 달 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 경향을 감안해 거래를 하더라도 변동성은 당분간 크게 유지될 공산이 커졌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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