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왼쪽)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운데), 김계리 변호사(오른쪽). 연합뉴스 |
법원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12·3 내란’이 극단 세력의 토양이 됐다고 짚어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21일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하는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 자체를 뿌리째 흔들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진관 부장판사는 12·3 내란 뒤 준동한 극단 세력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부장판사가 언급한 극단 세력의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고, 이미 유효한 구제수단이 남아있지 않는, 그러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논의되는 저항권을 평상시에 아무렇지 않게 주장하는 사람들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 없어 위헌·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을 당연한 듯 주장하는 사람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과 같이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을 쉽사리 위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선거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 등이다.
이 부장판사는 “12·3 내란은 이와 같이 잘못된 주장이나 생각을 양산하거나 그 상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이 부장판사 특정인을 콕 집어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4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되는 이들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윤어게인’ 세력이다.
우선 저항권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즐겨 써온 표현이다. 전 목사는 신앙심 고취와 금전적 지원을 매개로 주변 유튜버 등을 관리하고, 이들과 함께 ‘국민저항권’을 내세워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의 폭력 행위를 부추긴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됐고 22일 검찰에 송치됐다.
극우 성향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지난 13일 내란 사건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자,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가 선고되지 않으면 “국민저항권이 발동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고용·호소용 계엄은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무죄를 주장하며 내세우는 대표적인 논리다. 윤 전 대통령은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극복하는데 함께 나서주십사 호소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계엄선포는 국민을 깨우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의 ‘계몽령’은 극우 유튜버들 사이에서 먼저 확산했고,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이었던 김계리 변호사가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저는 계몽됐습니다”라고 언급하며 윤어게인을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윤 전 대통령도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국민과 청년들은 계엄령이 계몽령이 됐음을 안다”며 ‘계몽령’을 재차 언급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들고나온 이후 지금도 극우 세력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는 이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었다.
전광훈 목사는 구속 뒤 옥중에서 작성한 입장문에서 “부정선거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 등 외부 세력이 한국 선거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것”고 주장했다. 전한길씨도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직접 제작했다. 지난해 3월 구치소에서 석방됐던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전씨와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판사들이 조심스러워서 그런 얘기를 잘 안 하는데, (재판부가) 윤석열 쪽 극우 보수들의 저항권 주장 등에 대해 명확하게 안 된다고 했다”며 “카타르시스가 느껴졌고,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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