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사회의 전쟁/로이크 볼라슈 지음/사람In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이 발견한 침팬지 사회의 모습은 마치 동화 같았다. 특히나 새끼를 향한 어미 침팬지의 헌신적인 모습은 인간만이 사랑하고 슬퍼한다고 믿었던 통념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 관찰이 뜨거운 감명과 깊은 울림만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1974년 초 구달은 침팬지 공동체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북쪽 무리의 여섯 마리 침팬지가 과거 한 무리의 구성원이었던 남쪽 무리의 수컷을 공격한 사건이다. 북쪽 무리는 홀로 싸우는 상대에게 항복·복종을 받아내는 대신, 숨이 끊어진 이후까지도 그를 잔인하게 물어뜯었다. 침팬지 사회가 보여준 목가적 그림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침팬지 무리의 잔인하고도 광기 어린 집단 공격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부터 필요하다. 인류의 모든 문명이 전쟁을 피하지 못했던 것처럼, 동물 사회에도 ‘전쟁’이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저명한 생태학자인 로이크 볼라슈 부르고뉴-프랑슈콩테대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 ‘동물 사회의 전쟁’을 통해 포유류부터 곤충, 박테리아 등 다양한 동물 사회에 존재하는 전쟁을 조명한다.
동물들은 여러 이유로 전쟁을 일으킨다. 이 책이 말하는 ‘전쟁’은 “먹이를 먹기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이유로 다른 집단이나 특정 개체를 겨냥한 공격적 행동”이다. 저자는 평화로워 보였던 침팬지 집단이 한순간에 치명적 킬러로 변한 것은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설명한다. 귀여운 인상으로 유명한 남방 큰돌고래는 암컷에게 교미를 강요하기 위해 젖먹이 새끼를 죽인다. 아델리펭귄의 어린 수컷들은 때로 새끼, 암컷과 강제 교미를 한다. 이 과정에서 공격당한 개체는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극단적인 경우 죽기도 한다.
벌과 흰개미, 개미 등 진사회성 종이 벌이는 전쟁과 전술은 인간 사회를 연상시킬 정도다. 곤충 군대에는 정찰병과 병사 보병이 있다. 총력전과 중대, 육탄전, 화학 무기도 있다. 전문 군대는 전쟁을 전담하고, 유사시 병사로 활동할 수 있는 징집 군대도 존재한다. 일부 종에서는 병정 흰개미들이 적에게 독성 물질을 뿌리며 자폭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진딧물과 기생충에서도 이러한 정교한 분업과 방어 체계가 발견되는 점은 흥미롭다.
무리 생활도 경쟁의 연속이다. 암컷들은 강제 교미 시도에 맞서 자신들보다 물리적인 힘이 강한 수컷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 그 안에서는 동맹을 맺어 우두머리를 꺾고 기존 체제를 전복하는 혁명이 벌어지기도 한다.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쉬운 구성원을 따돌리거나 희생시키는 일도 발생한다. 웰스메기는 백색증에 걸린 메기를 배척하는데, 이는 그들이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동물에게서 관찰된 전쟁의 서사는 결국 ‘평화’란 종착지로 나아간다. 저자는 수많은 갈등 요인에도 불구하고 많은 동물이 사회의 평화와 무리의 존속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목한다. 보노보 수컷과 암컷은 더 자주 함께 지내며 친화적 상호작용을 하고, 까마귀와 늑대는 위로와 화해를 통해 무리 내 감정과 복수심을 제어한다.
저자는 “많은 영장류가 평화로 돌아가는 행동을 보였고, 서열과 질서는 개체의 흥분을 다스리는 효과적 해결책이었다”며 “전쟁은 필연이 아니다”고 했다. 혼란스러운 내전과 전면전,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점철된 오늘날 인류에 던지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동물 사회의 전쟁/로이크 볼라슈 지음·윤여연 옮김/사람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