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끝내 ‘꿈의 지수’ 5000선을 돌파했다. 믿기힘든 속도로 순식간에 주요 고점들을 뛰어넘으며 마침내 5000선까지 넘어섰다.
가장 큰 주역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코스피 지수를 견인한 주역이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대형 반도체주의 랠리는 코스피 전체의 이익 전망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동력이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매수하며 새로운 투자문화로 자리잡은 상장지수펀드(ETF)도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소액으로도 다양한 섹터와 지수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ETF가 개인투자자들의 핵심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여기에 퇴직연금도 대거 투자에 활용하는 등 양적은 물론 질적으로도 투자 문화가 한단계 진화한 것도 코스피 지수 상승에 한 몫했다.
▶반도체가 이끌었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힘=1990년대에 이어 또 한 번의 반도체 호황이 증시 체급을 키웠다. 2024년 하반기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구현을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소식에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반도체주는 난관을 딛고 다시 상승 궤도에 올랐다.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지난해 6월 20일부터 5000포인트를 달성한 22일까지 전체 상장 시가총액은 2471조8140억원에서 4148조6270억원으로 늘어나며 약 67.8% 증가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52조2180억원에서 920조5037억원으로 늘어나 568조2857억원 증가했다. 이는 코스피 전체 시총 증가분의 약 33.9%에 달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역시 187조970억원에서 561조2898억원으로 374조1928억원 늘어나며 전체 증가분의약 22.3%를 담당했다.
두 회사의 증가액을 합하면 942조4785억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분의 약 56.2%에 달한다. 코스피의 5000포인트 돌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형 반도체주 ‘투톱’의 독주 무대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지난해 10월 27일부터 이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4조3052억원을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높은 환율 부담 속에서도 국내 증시 수익률이 미국 증시를 앞서기 시작하자 투자 방향을 국장으로 돌렸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삼성전자 등 주요 대형주 고점에서 매물 부담이 해소된 뒤에도 지수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복귀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불과 몇개월 전만해도 2026년 코스피 연간 순이익 예상치가 200조원 중후반이었지만 현재는 300조원까지 오르며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라며 “삼성전자와 현대차 두 기업만 순이익예상치가 200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ETF 대세에 퇴직연금·ISA 계좌 투자까지…투자 문화 질적 도약=자본시장에서는 300조원 규모로 성장한 ETF 시장이 증시를 달군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산업 섹터별 주요 종목을 한 번에 담아 분산 투자할 수 있어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퇴직연금과 ISA 계좌를 통한 장기 투자까지 가능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참여 폭을 넓혔다.
작년 기준으로 신규 상장 ETF는 173종목, 상장폐지는 50종목으로 신규 상장도 활발했다. 작년 한해에만 ETF 순자금유입은 7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조7000억원(72.8%)나 급증했다. 주요 상품군도 다양해졌다. 국내 단기금리형 상품, 금 등 원자재 상품, 미국 시장 대표지수 ETF로 자금 유입이 집중됐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5조원을 넘길 만큼 ETF는 활발한 투자 문화로 자리매김했고, 작년 기준 ETF 시장 평균 수익률은 34.2%를 기록하며 수익성까지 담보했다.
원유·천연가스 등 원자재 상품의 만기도래에 따라 이를 대체하는 신규 상품이 다수 상장됐고, 인도·중국A주 등 신흥국 주식형 상품과 2차전지·조선·방산 등 국내 업종테마형 상품 상장도 확대됐다. 레버리지·인버스 등 고배율 상품 거래도 국내 시장대표지수 및 해외 원자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진우 센터장은 “ETF를 통해 개별 종목보다는 업종, 테마 중심으로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산업 섹터가 같이 오르는 경향이 나타났다”라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방산, 조선, 로봇 등 다른 테마주로도 증시 자금이 골고루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3저호황에서 AI 반도체 열풍까지…코스피 5000까지 온 순간들=과거 코스피의 역사에서도 주도 섹터의 성장과 자본시장 상품 및 제도가 발전이 맞물릴 때 지수의 도약이 이뤄졌다. 1989년 코스피가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을 당시 중화학과 조선, 무역 수출주가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저유가 기조를 바탕으로 값싼 석유화학 원자재가 공급되면서 화학 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저금리 환경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원화 약세가 더해지며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철강·조선·전자 등 중화학 기반 산업 전반의 실적이 개선됐다.
자본시장에서는 최초의 역외펀드인 ‘코리아 펀드’가 외국인 투자의 첫 물꼬를 텄다. 당시 한국 증시는 전면 개방 이전 단계였는데 처음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을 알린 계기였다. 코리아펀드는 자본자유화 조치의 일환으로 1984년 5월 14일 미국 메릴랜드주에 설립된 국제투자신탁으로 같은 해 8월 2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다. 한국 증시 개방 이전에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최초의 역외펀드로 ‘바이 코리아’ 펀드의 모태가 됐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IT·정보통신 업종의 전성기였다. 반도체와 통신, 소프트웨어 및 벤처 관련 기업들이 랠리를 이끌면서 코스피뿐 아니라 코스닥 시장도 급성장했다.
이 시기 IPO 시장이 활성화되며 모험자본 투자도 확대됐다.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자본시장 생태계가 형성됐다. 국내 자산운용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현재 국내 1위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이 1998년 설립되며 여의도 금융투자 산업의 본격적인 팽창이 시작됐다.
동시에 파생상품 시장도 자본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등장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시대를 알렸다. 1996년 5월 코스피200 선물 시장이 개설됐고 이듬해 7월에는 KOSPI200 옵션이 상장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급증했다. 2002년에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주요 종목을 기초로 한 개별주식옵션이 도입되며 파생상품 시장의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옵션 도입으로 헤지(hedge) 전략이 가능해지면서 코스피200 현물과 선물·옵션 간 차익거래, 기관투자가의 프로그램매매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자본시장 구조가 한 단계 고도화된 시기였다.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에도 주도 섹터와 자본시장 상품의 결합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굴뚝주’로 불린 조선·기계·운수장비·화학·철강 등 수출주가 랠리를 주도했다. 글로벌 경제가 장기 호황을 이어갔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산업화와 인프라 투자가 폭발적으로 확대된 시기다.
자본시장에서는 주식형 펀드, 특히 적립식 펀드 붐도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적립식 펀드를 정책적으로 장려하면서 이른바 ‘풍차돌리기식’ 펀드 투자가 유행하며 대규모 개인 자금이 증시로 유입됐다. 신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