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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그린란드 도박, 무력 내려놓고 거래의 기술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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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향해 던진 그린란드 매입이라는 승부수가 무력 충돌 위기에서 극적인 협상 국면으로 전환됐다.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나토(NATO) 동맹을 흔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 현장에서 무력 불사용 원칙을 천명하고 예고했던 보복 관세마저 철회하며 실리를 챙기는 거래의 기술을 다시 한번 구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연설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을 통해 그린란드 영유권 확보를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강온 양면 전략의 전형이었다. 그는 연설 초반 1시간 20여분을 할애해 그린란드가 왜 미국에 필요한지 역설했다. 희토류가 매장된 자원의 보고이자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전략 요충지라는 점을 들어 "미국 말고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덴마크와 유럽을 향해서는 "은혜를 모른다"며 직설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긴장의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반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무력 사용을 원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 옵션을 테이블에서 치웠다. 이어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과 회담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럽 8개국에 대해 2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관세 계획을 전격 철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그린란드 진출을 위해 무력이나 관세라는 채찍 대신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 제공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실질적인 협상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유럽의회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맞서 미·EU 무역협정 승인 절차를 중단하며 강대강으로 맞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책으로 돌아서면서 최악의 무역 분쟁은 피하게 됐다. 다만 유럽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권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그린란드 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외교적 관심을 빨아들이면서 우크라이나는 소외되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지만 정작 다보스에서 기대됐던 종전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력난 대응 등을 이유로 다보스 포럼 참석을 취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면전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형태의 집중력 상실도 우려된다"며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극해로 이동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의지를 피력했으나 구체적인 해법보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합의하지 않으면 어리석다는 원론적인 압박에 그쳤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가 동맹의 가치보다는 철저한 손익 계산에 기반한 거래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린란드를 매개로 한 미국의 북극권 패권 전략이 유럽과의 관계 재설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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