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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주가상승 랠리의 다음 수혜자는 GPU가 아니다

이데일리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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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스크 주가와 한국 팹리스의 조용한 반격
[박용후/관점 디자이너]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AI 대표주가가 아니라, 한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스토리지 기업의 급등이다. 2026년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SanDisk 주가는 S&P500 내에서도 손꼽히는 성과를 기록하며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종목 이슈가 아니다. 자본이 AI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 단계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박용후/관점디자이너

박용후/관점디자이너

지금까지 AI 투자 담론의 중심은 GPU와 HBM이었다. 연산 능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점차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AI는 계산만으로 완성되는가?”

정답은 명확하다. AI는 데이터 위에 존재한다. 학습 데이터, 추론 결과, 사용자 로그, 모델 파라미터까지 AI 서비스가 확장될수록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반드시 저장되고, 빠르게 읽히고, 반복해서 이동해야 한다.

샌디스크 주가 급등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AI 인프라의 핵심이 연산에서 ‘연산 + 저장’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시장이 먼저 읽어낸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 변화의 중심에 한국 팹리스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샌디스크의 일부 고성능 SSD 제품에는 한국의 스토리지 컨트롤러 팹리스 기업 파두의 컨트롤러가 사용되고 있다. 컨트롤러는 SSD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읽고 쓰며, 병목을 어떻게 줄일지를 결정하는 ‘두뇌’에 해당한다.


AI 데이터센터 환경에서는 단순한 저장 용량보다 지연 시간, 병렬 처리, 안정성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이 영역에서 글로벌 스토리지 기업이 한국 팹리스의 기술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는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기술 완성도와 신뢰성이 글로벌 기준을 통과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공급 구조의 변화다.

낸드 플래시 시장은 과거의 공급 과잉 이후 설비 투자에 극도로 보수적인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고성능 SSD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조합은 곧바로 가격 결정력과 마진 개선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점은 이 수혜가 메모리 제조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성능 SSD 시대에는 컨트롤러, 펌웨어, 시스템 최적화 기술의 비중이 급격히 커진다. 이는 곧 한국 팹리스 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가치 사슬이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주가 급등에는 항상 경계가 필요하다. AI 투자 사이클이 둔화되거나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경우 조정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흐름을 단순한 ‘AI 테마 확장’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실제 수요와 실적이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제 ‘가능성’이 아니라 ‘검증된 기술과 공급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샌디스크 주가와 파두(440110)의 글로벌 고객 확보는 그 단면을 보여준다.


샌디스크 주가

샌디스크 주가


이 사례가 한국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동안 국내 팹리스 산업은 “메모리는 강하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약하다”는 평가 속에 저평가돼 왔다.

그러나 AI 인프라 확산은 이 공식을 바꾸고 있다. 연산을 떠받치는 저장과 제어 기술에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AI는 GPU만 먹고 자라지 않는다. AI는 저장장치와 그 안의 컨트롤러, 보이지 않는 기술 위에서 성장한다. 샌디스크의 주가와 그 이면에 자리한 한국 팹리스 기술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다음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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