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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독클럽’ 82%가 MZ세대 ‘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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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점& 서울도서관 지난해 출범 독서클럽에 “쇼츠보다 책이 힙해” 젊은 세대 몰려

힙독클럽 1기 회원들이 지난해 11월23일 마포 북카페 채그로 6층에서 책을 읽고 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마지막으로 진행된 책읽기 프로그램 ‘노마드리딩’의 현장이다. 서울도서관 제공

힙독클럽 1기 회원들이 지난해 11월23일 마포 북카페 채그로 6층에서 책을 읽고 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마지막으로 진행된 책읽기 프로그램 ‘노마드리딩’의 현장이다. 서울도서관 제공


줄어드는 대출, 도서관 정책 고민 결과
문장 한 줄도 독서, MZ 맞춤형 참여로
외로운 취미서 함께 즐기는 공동 경험
도서관 밖 일상을 파고든 독서 실험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읽겠어?” 영상의 시대, 이 뿌리 깊은 편견은 서울도서관 앞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지난해 서울도서관이 출범시킨 공공 독서클럽 ‘힙독클럽’은 회원 모집 시작 단 2시간 만에 1만 명이 몰렸다. 더 놀라운 것은 가입자의 81.6%가 ‘디지털 네이티브’인 엠제트(MZ)세대였다는 점이다.

개인 디지털 기기에서 소비되는 영상 매체에 밀려 공공도서관의 도서 대출 수는 전년 대비 2.0% 감소했지만, 젊은 세대는 독서를 ‘멋지고 트렌디한 활동'으로 재정의하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텍스트힙' 문화를 형성했다. 독서에 대한 관심과 공공 독서 정책이 만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공공도서관은 해마다 늘고 도서관을 찾는 시민도 증가하고 있다. 도서관 방문과 프로그램 참여 수도 늘었지만, 독서의 일상화는 이제 시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에 따르면 공공도서관 방문자 수는 1관당 15만9137명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했다. 독서·문화 프로그램 참가자 수도 1관당 2만1280명으로 4.6% 늘었다. 시설과 서비스도 확충되고 이용도 활성화된 수치다.

그러나 같은 기간 1관당 도서 대출 수는 10만9637권으로 2.0% 감소했다. 방문과 참여는 늘었지만 독서로 이어지는 지표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이제 공공 독서 정책은 양적 확충을 넘어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서울도서관은 도서관과 시민의 일상을 잇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2년 ‘서울야외도서관’에 이어 2025년 전국 최초의 공공 독서클럽인 ‘힙독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독서를 특정 공간에 가두지 않고 시민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힙독클럽 1기 회원들이 지난해 5월9일 운현궁에 모여 책을 읽고 있다. 야외 명소에서 책읽기 프로그램인 ‘노마드리딩‘의 첫 번째 행사 현장이다. 서울도서관 제공

힙독클럽 1기 회원들이 지난해 5월9일 운현궁에 모여 책을 읽고 있다. 야외 명소에서 책읽기 프로그램인 ‘노마드리딩‘의 첫 번째 행사 현장이다. 서울도서관 제공


힙독클럽은 서울야외도서관의 개방성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독서 모임이다. 하향 곡선을 그리던 독서인구가 2021년 이후 소폭 상승하고 독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가운데, 독서를 소수의 문화가 아닌 누구나 가볍게 경험할 수 있도록 대규모 인원을 모집했다. 부담스러운 비용과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되는 기존 민간 독서 커뮤니티의 장벽을 낮춘 것이다.


참여 방식은 참여자의 특성에 맞춰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졌다. 회원들은 온라인에서 독서 기록, 문장 필사, 도서 추천, 댓글 활동에 참여했다. 하루에 몇 쪽을 읽든 인상 깊은 문장 한 줄을 남기든 모두 독서 활동으로 인정됐다. 매달 열리는 대면 프로그램은 작가 강연과 북토크, 지역 명소에서 이뤄지는 독서 몰입 행사로 구성됐다. 12월까지 이어진 활동은 독서를 ‘끝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짧게라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일상의 행위로 인식하게 했다.

서울도서관 담당 주무관은 “독서에 대한 관심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독서 문화로 확장해 독서를 일상 속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변화를 기대했다”며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생기긴 어렵고 시간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회원들이 부담 없이 독서를 시작했다. 일상에서 서로의 독서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통해 즐거운 독서 문화가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활동을 마친 참여자들의 후기에서 독서라는 개인적인 활동은 공동의 경험으로 확장돼 있었다. ‘독서는 외로운 취미라고 생각했는데 힙독클럽 덕분에 같이 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했다’거나 ‘서울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덕분에 소속감을 가질 수 있었다’며 책을 매개로 유대감을 느꼈다는 소감이 주를 이뤘다. ‘혼자 읽을 때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다’ ‘성인이 된 뒤 올해 가장 많은 책을 읽었다’는 성취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후기를 남긴 회원 대부분은 다음 기수에 재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새해 시작과 함께 시민들의 힙독클럽 2기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혹한기 휴장 중인 서울야외도서관이 문을 여는 4월1일에 맞춰 힙독클럽 2기 모집도 시작될 예정이다.

2기는 1기에서 활발하게 참여한 회원을 우선 선발한다. 일상에서 부담 없이 참여하고 회원들이 느슨하게 연결되는 운영 기조를 유지한다.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흩어지는 깜짝 모임을 이어가고, 또 다른 온라인 독서 프로그램도 시험 운영할 예정이다. 힙독클럽 2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추후 서울야외도서관 누리집과 소셜미디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힙독클럽 담당 주무관은 “그동안의 도서관 정책은 기반을 확충하는 데 집중해왔으나 현재 서울 전역에 200여 개의 공공도서관이 조성된 만큼 이제는 도서관을 얼마나 잘 ‘사용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힙독클럽은 공간 중심 정책에서 경험 중심 정책으로 전환을 시도한 사례로 독서를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채소라 객원기자 mylovelypizza@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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