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최전선에 섰던 대표, 이번엔 '구조'로 답하다.'
블록체인 게임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투기인가, 혁신인가. 국내 게임 산업에서 이 질문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이 논쟁의 중심에는 늘 장현국 대표가 있었다. 그는 위메이드 시절 가장 먼저 실험에 나섰고, 가장 거센 비판을 받았으며, 동시에 가장 멀리까지 갔다.
이제 그는 넥써쓰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다시 시장 한복판에 섰다. 이번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넘어, 게임 산업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비전을 꺼내 들었다.
◆"게임은 결국 경제를 가진다"
장현국 대표의 커리어는 한국 게임 산업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MBA를 거친 그는 개발자 출신이 아닌, 전략과 재무를 기반으로 성장한 경영자다. 숫자와 구조로 산업을 해석하는 스타일은 그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그의 이름이 업계 전면에 등장한 것은 네오위즈 시절이다. CFO를 거쳐 네오위즈모바일 대표를 맡으며 모바일 게임 전환기에 기업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이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커리어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았다. '미르' IP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확장, 그리고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전례 없는 실험이었다.
당시 장현국은 업계에서 가장 선명한 메시지를 던진 대표였다. "게임은 결국 경제를 가진다"는 그의 발언은 P2E 논쟁의 핵심을 관통했다. 게임 속 아이템과 플레이 결과가 자산이 되고, 이용자가 경제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인식이었다. 위믹스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확장은 성과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왔다.
◆논쟁의 중심에서, 법정까지 갔던 대표
실험이 거셌던 만큼 부담도 컸다. 토큰 유통과 공시를 둘러싼 논란은 사법 리스크로까지 이어졌다. 대표로서 그가 감당해야 했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다만 결과적으로 관련 소송에서 무죄 판단이 나오며 법적 리스크는 정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은 장현국이라는 인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논쟁을 피하지 않았고, 침묵으로 일관하지도 않았다. 공개석상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판단과 철학을 비교적 명확히 설명해 왔다. 업계에서는 그를 두고 "호불호는 갈리지만 방향성은 분명한 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메이드 이후 그는 조이맥스, 위믹스코리아 등에서 역할을 이어갔고, 액션스퀘어 공동대표를 거쳐 현재 넥써쓰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사명 변경과 함께 사실상 새로운 출발을 선택한 셈이다.
◆플랫폼으로 다시 짠 게임 생태계
넥써쓰에서 장현국이 다시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블록체인은 게임 산업에서 어떤 위치여야 하는가."
그의 답은 과거보다 한층 정제돼 있다. 토큰이 아니라 게임,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넥써쓰가 그리는 생태계는 ▲온체인 게임 플랫폼 '크로쓰' ▲온체인 경제 인프라 '크로쓰 포지' ▲크리에이터 플랫폼 '크로쓰 웨이브' 등 크게 세 개의 플랫폼으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크로쓰는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를 담당하는 핵심 축이다. 여러 게임을 하나의 체인 위에 올리고, 플레이와 자산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블록체인은 이용자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되도록 뒤로 물러난다.
크로쓰 포지는 게임 제작과 동시에 온체인 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다. 최근에는 노코딩·AI 기반 제작 도구와 결합해, 이용자가 게임을 만든 뒤 블록체인 기능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제작 과정의 일부로 녹여내겠다는 구상이다.
크로쓰 웨이브는 게임과 크리에이터를 연결한다. 크로쓰에 온보딩된 게임을 기반으로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용자 참여와 보상을 통해 다시 게임 유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게임·플랫폼·콘텐츠가 순환하는 생태계를 염두에 둔 설계다.
넥써쓰 관계자는 "각 플랫폼은 개별 서비스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로 설계됐으며, 게임 제작부터 유통·확산·경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장현국 대표는 이 세 플랫폼을 두고 "코인 회사가 아니라 게임 플랫폼 회사"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한다. 블록체인은 수단일 뿐, 중심은 언제나 게임이라는 인식이다.
◆'생각의 속도'와 AI 전환 전략
장현국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생각의 속도'를 핵심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기술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의사결정과 실행의 속도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하며, 조직 전반이 더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넥써쓰가 추진 중인 AI 전환 전략, 이른바 AX와도 맞닿아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게임 제작과 운영, 플랫폼 관리 전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된다.
◆AI 프로젝트 'ANT', 실행 속도를 높이다
넥써쓰는 최근 AI 개발 플랫폼 'ANT'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이러한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ANT는 개발과 협업 전반에 AI를 적용해 반복 업무를 줄이고, 기획부터 제작, 운영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다. 장현국 대표가 강조한 '생각의 속도'를 실제 조직 운영에 구현하기 위한 실험이기도 하다.
ANT는 크로쓰 포지와 결합해 게임 제작 과정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플랫폼 전반의 민첩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기술 자체보다 실행 구조를 바꾸겠다는 접근이다.
◆실험에서 '완주'로
장현국의 이번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이미 한 차례 실험을 끝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위메이드 시절 그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제 넥써쓰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플랫폼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게임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이용자가 얼마나 머무는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그의 행보를 두고 "결국 플랫폼을 완성하려는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IP, 게임 개발, 경제 구조, 토큰까지 모두 경험한 대표가 이를 하나의 생태계로 엮으려 한다는 점에서다. 동시에 국내 규제 환경과 블록체인에 대한 피로감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대표를 넘어, 구조를 남길 수 있을까
경영자 행보를 관찰하는 시선에서 보면, 장현국은 흥미로운 인물이다.
성공과 논란, 실험과 반성, 그리고 재도전까지 한 사이클을 모두 경험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넥써쓰와 그가 그리는 플랫폼 생태계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게임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장현국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 시장 한가운데로 들어온 지금, 게임 산업은 그의 다음 선택을 다시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