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간신히 ‘1%’ 선에 턱걸이를 했지만 이를 ‘선방했다’고 안도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는 등 일부 분야는 눈에 띄는 성장을 하고 있지만 IT(정보기술)를 제외한 이른바 구(舊)경제는 큰 위기에 빠져 시급한 구조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고 민간 소비 또한 정부 주도로 힘겹게 증가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2일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보면 성장률이 0.97%로 ‘0% 성장’에 머물렀다. 게다가 IT 제조업 부문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성장률은 0.4%로 고꾸라진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를 기록하며 GDP(국내총생산)가 감소했다. 3분기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성장률이 기대보다 높은 1.3%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 효과 영향이었다고 해도 한은의 지난해 11월 전망치였던 0.2%보다 훨씬 낮았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 1.0%는 세계 성장률 3.3%보다 2.3%포인트가 낮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오어진 |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세계 성장률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2%로 한국보다 2.2%포인트 높았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6%포인트 차이가 난 후 가장 큰 격차다. 지난해 선진국 성장률 1.7%와 비교해도 0.7%포인트가 낮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계에 있는 경제로 평가받기 때문에 통상 미국·유럽 등의 선진국보다는 성장률이 높은 것이 자연스러운데, 2021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이 선진국 아래로 내려간 후 2024년을 제외하면 성장률이 계속 선진국을 밑도는 상황이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스1 |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첨단 산업과 전통 제조업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간담회에서 고환율 문제에 대해 “금융 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환율이 오르면 수출 업체는 이익이지만 수입 업체는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어려워진다”며 “환율 상승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내수 기업, 자영업자와 환율로 수출이 잘되는 기업 간의 격차가 점차 커지며 ‘K자형’ 성장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위기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22일 발표된 한은 경제성장률 통계를 보면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 부문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9.6%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쏠림 현상과 건설 경기 위축, 글로벌 불안정성에 따른 투자와 소비 심리 위축 등이 겹치며 한국의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상황”이라며 “국가 채무 비율이 아직은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지금이 어쩌면 AI 등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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