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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트럼프 평화위에 ‘동결자금 카드’…10억달러 제안 배경은

헤럴드경제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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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묶인 러시아 자산으로 운영자금 충당 제시
우크라전 종전 협상·전쟁 성격 규정 흔들기 시도
국제사회 고립 탈피·글로벌 위상 복원 노림수 해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아미니예프스코예 차량기지에서 자율 시스템 개발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EPA]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아미니예프스코예 차량기지에서 자율 시스템 개발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EPA]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 10억달러를 내고 ‘영구 회원국’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정부가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까지 제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구도와 국제사회의 시선을 동시에 흔들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타스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내각 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평화위원회 가입 요청을 받았다며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위원회에서 임기 제한이 없는 ‘영구 회원국’ 자격을 얻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된 10억달러를 미국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지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미국에 남아 있는 나머지 동결 자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 재건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이 제재 수단이자 종전 이후 배상금 담보로 간주해온 동결 자금을,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평화 구상에 연결한 셈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러시아 금융 자산을 동결해왔다. 유럽의회조사국(EPRS)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동결 자산은 약 30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미국에 묶인 자산은 50억달러 수준이다.

그간 서방은 이 자금을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는 제재이자,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봐왔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동결 자금을 평화위원회 운영 자금으로 쓰겠다고 공개 제안한 것은, 전쟁의 책임 구도와 자금 처리 원칙을 다시 쓰려는 시도로 읽힌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는 자국의 침공을 인정하지 않고, 서방의 동유럽 확장에 대응한 ‘방어전’이라는 기존 주장을 유지해왔다. 동결 자금의 성격을 ‘전쟁 배상’이 아닌 ‘국제 평화 기여’로 바꾸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에서 위축된 러시아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원회를 가자지구를 넘어 다른 지역 분쟁까지 다루는 기구로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핵심 회원국으로 참여할 경우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 축으로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프랑스와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은 전범국인 러시아가 평화위원회에 초청된 것 자체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어린이 강제 이송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범죄자로 수배된 상태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푸틴 대통령은 아직 평화위원회 가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외무부가 전달받은 문서를 검토하고 전략적 파트너 국가들과 협의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는 22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만나 가자지구 과도 통치와 평화위원회 활동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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