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를 생중계로 진행했다. 말 그대로 ‘보여주는 회의’였지만, 본질은 연출이 아니라 점검이었다. 장관들은 보고했으나 보고로 끝나지 않았고, 대통령은 정리된 결론보다 ‘지금 당장 바뀌는 지점’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그 방식은 느긋한 협의가 아니라, 당장 움직이는 행정의 맥박을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공개한 것은 국민으로부터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디가 안 돌아가는지”를 드러내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었다. 보통의 권력은 질문을 비공개로 숨기고, 답을 공개로 한다.
그러나 이번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질문을 공개로 꺼냈고, 답이 정리되어 가는 과정까지 그대로 국민 앞에 펼쳐놨다. 그가 꺼내놓은 것은 성과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국무회의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은 국가의 문제를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과 결과’로 당겨오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이 대통령은 해외 주재원 폭행 사건과 관련해 “왜 1년 넘게 방치됐느냐”는 취지로 외교 라인의 대응을 따져 묻고, “대사관이 그 나라 사법 체계 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책임의 기준을 ‘현장 보호’로 돌렸다.
또 방공망의 구멍과 무인기 침투 논란에서도 “지금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으로 안보가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끌어냈다.
이 질문들은 장관 개인을 망신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행정부 전체를 향한 통치 메시지였다.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설명 가능한 정부로 바꾸라’는 요구였다. 질문이 공개되는 순간, 책임도 공개된다. 이것이 이번 국무회의 생중계의 정치적 의미다.
이날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대부분 생중계로 국민 앞에 공개됐다. 행정의 내부 시간이 통째로 외부로 끌려 나온 셈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를 말로 설득하기보다 작동하는 장면 자체로 증명하려 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2차 종합특검법이 심의·의결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기존의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대 특검에서 다루지 못했던 새로운 의혹을 추가로 수사하기 위한 것으로, 총 17개 의혹을 대상으로 최장 170일간 수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있다.
정치의 가장 민감한 사안과 행정의 일상 운영이 같은 테이블 위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21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무실을 청와대로 이전한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이자, 임기 중 세 번째였다. 애초 90분으로 예고됐던 회견은 실제 약 173분 동안 이어졌다.
길었다는 사실 자체가 메시지다. 미리 준비된 답을 읽는 자리가 아니라, 질문 앞에 서는 자리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신년 기자회견의 공기는 화면 밖에서도 확인됐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현장에 있었던 한 언론사 L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분위기를 물었다. 그의 평가는 뜻밖이었다. “대통령은 비서관이 써주는 공식 언어를 거의 안 쓰고, 평소 말씀하시듯 일상 언어로 답했습니다. 소통을 훈련한 분이라기보다 소통에 익숙한 분의 말투였습니다.”
그는 그런 화법이 회견장의 공기를 바꿨다고 했다.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섰다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있으면 벌써 했겠죠”라고 받아치면서도, 원화와 엔화의 연동 구조, 무역수지와 수출의 펀더멘털, 그리고 “한두 달 후 1400원 전후”라는 당국 전망까지 함께 꺼냈다. 낙관이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태도였다.
쉽게 약속하지 않고, 대신 가능한 수단을 지속적으로 찾겠다는 행정 언어로 상대했다.
부동산 질문에서도 그는 단기 처방과 구조 처방을 나눠 설명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경고하며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 수도권 집중 완화와 생산적 금융 전환이라는 이중 해법을 제시했다. 세금을 가급적 쓰지 않되, 마지막 수단으로는 배제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덧붙였다.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조건문을 국민 앞에 꺼낸 셈이다.
국무회의와 신년 기자회견은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했다. 국무회의가 내부를 향해 “지금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물었다면, 신년 기자회견은 외부를 향해 “이 조건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를 설명했다. 먼저 내부를 공개하고, 다음 외부의 질문을 받는 구조였다.
이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꺼내는 권력의 방식이었다.
이 점에서 이번 신년 기자회견은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태핑과 분명히 구분된다. 도어스태핑은 형식상 열려 있었지만, 짧았고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은 답을 피했다. 반면 이번 기자회견은 길었고, 불편한 질문도 끝까지 감당했다.
공개는 지속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를 만들지 못한다. 이 대통령이 선택한 것은 ‘끝까지 감당하는 공개’였다.
그러나 모든 공개가 언제나 신뢰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야당은 "대통령의 언어는 정제된 국가의 언어여야 하는데, 즉흥적 질문과 현장형 화법이 불안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환율처럼 민감한 사안에서 한마디의 어감이 시장과 동맹에 파장을 줄 위험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보여주는 통치’는 투명성과 함께 말의 무게를 감당하는 정교함까지 요구되는 양날의 검이 된다.
국무회의와 신년 기자회견 일정은 하나의 시간 위에 놓여 있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선고다. 이 대통령이 이 ‘선고 전’에 기자회견을 배치한 것은 국정을 사법 일정에 종속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재판의 결론이 정치의 중심이 될수록 국정은 멈춘다. 이 대통령은 그 멈춤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썼다.
실제 선고는 무겁게 떨어졌다. 한 전 총리는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사실은 정치의 공기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국정의 모든 문장을 집어삼키게 둘 것인가다. 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선고 이전에 가진 것은 이에 대한 행정적 답변이었다.
재판은 재판대로 가되, 국정은 국정대로 간다는 신호였다.
이제 국민은 보여주는 통치가 신뢰를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질문하는 통치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지켜볼 것이다. 공개된 질문은 박수를 받는 동시에 되돌아오는 요구도 동반한다. 국민은 이 대통령의 질문을 기억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다음 달의 변화를 확인할 것이다.
이틀 동안 이어진 국무회의와 신년 기자회견의 생중개는 이벤트가 아니었다. 이것은 이 대통령이 선택한 ‘일하는 과정을 국민 앞에 올려놓는 통치 방식’이다.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정치를 다시 설명의 영역으로 끌어오려는 시도다.
그리고 선고를 앞둔 시점의 국정 공개는 정국이 재판의 속도로만 흘러가게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정치는 결국 신뢰의 문제인데, 이는 완벽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숨기지 않는 태도에서 나오고, 질문을 피하지 않는 말과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20일의 국무회의와 21일의 신년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이 그 신뢰를 발표문이 아니라, 공개된 장면들로 쌓겠다는 뜻이다.
이제 남은 것은 답이다. 그 답은 다음 회의, 다음 브리핑,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체감에서 검증될 것이다.
L 기자는 필자와 통화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대통령은 설명하러 나온 모습이 아니라, 책임을 지러 나온 얼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정권을 더 지켜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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