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직원입니다. 조카분이 서류를 떼러 왔는데 본인이 아니신가요?”
지난 1월 13일, 울산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A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을 사칭한 이 전화는 단순한 문의로 시작했지만, 결국 800만 원의 현금 피해로 이어졌다. 울산경찰청은 최근 이처럼 일상적인 대화로 접근해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리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시나리오: 공무원 사칭으로 접근해 ‘심리적 지배’
경찰이 공개한 범행 시나리오는 매우 치밀했다. 범인들은 1차로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을 가장해 “명의가 도용된 것 같다”며 불안감을 조성한 뒤, 곧바로 경찰 간부(형사과장)를 사칭한 공범을 연결했다.
이 가짜 형사는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어 돈이 다 빠져나갈 수 있다”고 협박하며 예금을 현금으로 찾게 했다. 특히 피해자가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철저히 고립시켰다. 은행 창구 직원이 인출 용도를 물으면 “곗돈을 찾는다”고 거짓말을 하게 시키고, 심지어 “그 은행원도 공범이니 절대 믿지 마라”고 세뇌시켰다. 결국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 A씨는 현금 800만 원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자신의 집 우편함에 넣어두었고, 범인들은 이를 유유히 가로채 사라졌다.
△기술적 진화: “경찰도 한패다”···악성 앱으로 신고 무력화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수법도 더욱 악랄해졌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범인들은 피해자의 휴대폰에 ‘악성 앱’을 설치하게 유도한 뒤, 피해자가 확인을 위해 실제 경찰에 전화를 걸어도 자신들이 전화를 가로채 받는 ‘강수’를 두고 있다.
심지어 실제 경찰이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해 경고를 하더라도, 범인들은 도청 기능을 통해 이를 미리 파악하고 “지금 전화한 경찰은 우리가 보낸 ‘테스트 경찰’이니 믿지 말고 끊으라”고 속이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이 밖에도 가짜 앱스토어 접속 유도, 가짜 백신 앱 설치 등 휴대폰을 기술적으로 장악해 피해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수법이 잇따라 확인됐다.
△전국서 확인된 4가지 신종 수법
경찰에 따르면 악성앱 설치 후 검사와 통화하는 것처럼 속이는 수법이 지난해 12월 9일 확인됐다. 악성앱의 도청 기능으로 실제 경찰 연락 시 “우리가 보낸 테스트 경찰”이라며 신뢰를 무력화한다.
경찰청을 사칭해 “악성앱 설치가 의심돼 연락했다”는 수법도 12월 30일 포착됐다. 가짜 앱스토어와 카메라 앱으로 휴대폰을 불능 상태로 만드는 수법은 12월 31일 발견됐다. 세탁기 설치 미끼전화 후 카드사 콜센터로 연결하는 수법도 올해 1월 14일 확인됐다.
△경찰 “자연스러운 접근 경계해야··· 의심나면 끊어라”
울산경찰청은 지난해 ‘카드 배송원’ 사칭 범죄에 대한 대대적인 예방 활동으로 피해가 줄어들자, 범죄 조직들이 더욱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시나리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절대로 현금을 인출해 보관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라며 “범죄 수법을 미리 아는 것이 가장 강력한 예방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신 보이스피싱 수법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경찰청의 ‘범인 목소리 제보 캠페인’을 통해 실제 사기범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예방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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