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5000을 넘어선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코스피가 또 하나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선 지 불과 3개월 만에 5000선에 도달하며, 46년 코스피 역사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 구간을 기록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 기록 자체보다, 이 속도를 지속성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46년 걸린 5000포인트…4000에서 5000까지 3개월 ‘압축 성장’
1980년 100포인트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1989년 1000선, 2007년 2000선, 2021년 3000선을 차례로 넘어섰다. 각 단계마다 산업 구조 변화와 투자 환경 전환이 뒤따르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4000선 돌파 역시 수년간의 누적 끝에 이뤄졌지만, 5000선은 불과 한 분기 만에 도달했다.
과거 주요 지수대 돌파 국면을 돌아보면 상승 동력은 시대마다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지수가 한 단계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축적되는 과정이 필요했다. 반면 이번 5000선 돌파는 특정 지수대에서의 체력 축적보다 단기간 상승이 이어지며 지수 단계를 빠르게 건너뛴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가 ‘누적의 역사’였다면, 이번 랠리는 ‘압축의 역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얼마나 올랐나’의 시대는 끝…4900선 하방경직성 유지가 과제
이처럼 단기간에 지수 단계가 바뀐 만큼 시장의 관심도 이미 ‘5000을 넘었느냐’에서 ‘5000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건 현재 수준에서 강한 하방경직성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수가 4900선 안팎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 구조를 갖추는지가 이번 국면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 등으로 형성된 상승 기반이 일회성 랠리에 그치지 않고 투자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지수의 속도를 지속성으로 바꾸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 상승 자체보다, 지수 레벨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5000 ‘그 이후’ 기관화·장기화·글로벌화 부각…디지털 전환 시험대
지수 유지를 둘러싼 과제는 시장 구조 전반의 변화로 확장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5000선 이후 국면은 시장이 얼마나 기관화·글로벌화·장기화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전문성을 갖춘 기관투자자가 기업 가치에 기반해 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기 가격 변동에 반응하는 거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지수 상단도 안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 인프라와 시장의 디지털 전환 역시 5000선 이후 국면에서 함께 거론된다. 김 연구위원은 “결제 주기가 T+2에 머물러 있는 구조에서는 자금이 이틀간 잠자는 셈”이라며 “주식이 디지털화되고 토큰증권처럼 담보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본의 회전율과 시장 참여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제·거래 구조 개선이 지수의 중장기 경쟁력과 맞물린다는 시각이다.
6000 포인트 향한 제도 시험대…자사주 소각·주주환원에 달려
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선 이후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제도적 조건’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1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여당은 주주총회 시즌 이전 처리를 통해 제도 효과를 조기에 시장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이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미 보유한 자사주 역시 일정 유예 기간을 거쳐 소각 대상에 포함된다. 시장이 이 법안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배구조 논란보다도 발행 주식 수 감소에 따른 수급 구조 변화에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되면 코스피 상장 기업의 주식 수가 연평균 1% 안팎 감소할 수 있고, 이는 코스피 밸류에이션 재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수 레벨이 빠르게 높아진 만큼 속도에 대한 경계도 병존한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통화 정책 완화 기대와 함께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증시 대기 자금이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연이은 랠리 이후에는 단기 과열 해소 과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