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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GDP ‘뒷걸음’…연간 경제성장률은 1% 턱걸이

조선일보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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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2025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
건설 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 도입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정부와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진 지난ㄴ 20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의 모습.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자국 내 공장을 짓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해 대미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 도입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정부와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진 지난ㄴ 20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의 모습.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자국 내 공장을 짓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해 대미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0%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했다. 한은의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전 분기 대비 0.3% 감소해 연간 기준 성장률 1% 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코로나 때인 2020년(-0.7%) 이후 가장 낮다. 코로나와 글로벌 금융 위기, 외환 위기 등 경제에 초대형 충격이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면 GDP 통계가 집계된 1954년 이후 최저치다. 소수점 두자릿수까지 보면 지난해 성장률은 0.97%로 사실상 0%대 성장이었다.

분기 기준 GDP가 쪼그라든 것은 지난해 1분기(-0.2%) 이후 3분기 만이다. 마이너스 폭은 코로나 팬데믹의 악영향이 남아 있던 2022년 4분기(-0.4%) 이후 3년 만에 가장 컸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3분기 예상보다 높았던 1.3% 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 연말에 예상보다 나빴던 건설 경기 등의 영향으로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했다.

‘연간 성장률 1%’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이 집계한 30국 중 다섯 번째로 낮다. 선진국 평균 1.7% 및 미국·유로존·일본 등 주요국에도 못미친다. 그나마 AI(인공지능) 호황에 힘입은, 하반기 반도체 수출 증가라는 미국발 호재를 제외하면 한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바로 0%대로 고꾸라진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초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던 한국 경제성장률은 미국발 반도체 호황 덕에 하반기에 반등해 연간 기준 간신히 1% 성장을 기록했다”며 “이는 반대로 말하면 미국의 반도체나 AI 경기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한국 경제가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하며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하며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수출 사상 최대라지만, 반도체 빼면 ‘감소’

지난해 연간 수출은 4.5% 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4분기 수출은 전년보다 오히려 2.1% 감소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본격적으로 부과되기 시작한 ‘트럼프 관세’의 영향, AI 거품 우려, 중국과의 경쟁 등 올해 수출에도 호재보다 악재가 많다. 한은은 “4분기 수출은 자동차, 기계 및 장비 등이 줄며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기준으론 그나마 늘어난 지난해 수출 또한 반도체를 빼면 바로 감소로 떨어진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전체 수출은 7049억달러로 전년보다 4%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내역을 뜯어보면 반도체 수출이 22% 급증한 반면 반도체를 뺀 나머지 수출은 1% 감소했다. 두 번째로 큰 수출 품목인 자동차까지 제외하면 수출 감소 폭은 1.5%로 더 악화한다. 중국과의 가격·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석유제품은 수출이 10% 줄었고 합성수지와 철강 수출도 각각 8% 감소하며 한국 경제에 불안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수출은 미국의 AI 호황에서 비롯했기 때문에 지난해 수출 증가는 사실 ‘남의 힘’에서 비롯했고 그나마도 한 분야에 쏠려 있다. 지난해 1% 성장은 여전히 잠재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인데, 반도체를 빼면 다른 부문은 더 악화되는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원 국장은 “반도체를 포함한 IT 제조업 부문의 지난해 성장률 기여도는 0.6%포인트였다”라고 설명했다. IT 제조업 분야의 높은 성장이 없었다면 한국 성장률은 0.4% 정도로 내려갈 수 있었다는 의미다.


◇다시 줄어든 설비 투자, 건설은 냉각

내수 지표는 더 악화했다. 지난해 건설 투자는 9.9% 감소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3.2%) 이후 가장 큰 감소를 기록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중심으로 연간 2.0% 늘어난 설비 투자도 분기 기준으론 4분기에 마이너스 1.8%로 고꾸라졌다.

또다른 내수 지표인 민간 소비는 지난해 1.3% 상승했지만 이 또한 ‘착시 성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막대한 규모의 민생 회복 소비 쿠폰 등 일회성 ‘돈 뿌리기’ 효과가 많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분기별 민간소비 증가율은 1분기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1%, 2분기 0.5%로 정체됐다가 소비쿠폰 영향이 본격화한 3분기에 1.3%로 반짝 반등했다가 4분기 다시 0.3%로 내려앉았다. 정부의 재정 확대로 정부 소비는 연간 2.8% 늘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3분기에 소비 증가는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의 영향에서 비롯한 일회성 반등이었다. 일반 국민들은 반도체 수출이 잘 된다고 해도 ‘내’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너무 안 좋다고 느끼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1년 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향후 경기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가 12월 96을 기록해 전월보다 6포인트 내려갔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지난 8월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CSI는 100 이상이면 ‘긍정’, 아래면 ‘부정’ 심리가 더 많다는 뜻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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