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약국 모습. 2024.1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공개된 뒤 제약업계 누군가는 "매출이 아니라 비용부터 보게 된다"고 했고, 누군가는 "품목 정리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협회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리며 반발 수위를 끌어올렸고, 개편안이 산업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는 공식 입장도 냈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들은 전면에 서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용히 웃고 있다.
왜 이런 온도 차가 생길까. 이번 패키지는 약가를 깎는 구간이 국내사가 넓고, 제도 혜택이 커지는 구간은 다국적사가 두꺼운 구조다.
보건복지부는 제네릭·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전통제약의 매출 기반이 이 구간에 두껍게 깔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한 줄만으로도 체감 충격은 크다. 이미 현장에선 "다품목 구조인 회사일수록 타격이 더 빠르게 손익으로 넘어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 기간을 현재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줄이면서 '약가유연계약제'(가칭) 적용 대상을 올해 1분기부터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구간은 현실적으로 다국적사의 포트폴리오가 두껍다. 희귀·중증 치료제, 고가 혁신약의 상당수가 글로벌 기업 파이프라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다국적 업계 입장에선 '숙원'이었던 비용효과성 평가결과(ICER), 약가 유연계약제, 적응증별 약가제가 패키지에 포함된 셈이다.
일각에선 약가유연계약제가 신규 신약뿐 아니라 특허만료 오리지널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다국적 오리지널은 특허가 끝난 뒤에도 '가격 경쟁의 바닥'으로만 끌려가지 않는 완충 장치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이번 개편의 핵심은 제네릭·특허만료에서 약가를 더 깎아 재정을 만들고, 그 재정과 트랙으로 혁신약을 더 빠르게 들여오겠다는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네릭 시장을 기반으로 버텨온 국내사에겐 비용과 리스크가 먼저 떨어지고, 신속등재·유연계약 트랙을 타는 혁신약에 강한 다국적에겐 기회가 먼저 열린다. 그래서 국내는 비상인데, 다국적은 조용하다.
국민 입장에선 당장 약값이 소액이라도 줄어드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제약사의 약은 경쟁력을 잃어 품목이 줄어들고, 외국기업 약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자가 힘을 잃은 그때도 과연 다국적 제약사가 남의 나라에서 낮은 가격을 유지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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