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오스코텍 대표가 신약 기술이전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스1 황진중 기자 |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국산 항암제 1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은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성공 신화를 쓴 오스코텍(039200)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글로벌 신약 개발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경영 안정성과 미래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서 소액주주연대의 거센 경영 참여 요구에 직면했다.
업계는 이번 주총이 단순한 표 대결을 넘어 오스코텍이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바이오텍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렉라자' 성공, 차세대 신약 마중물…"R&D 재투자가 주주가치"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오는 3월 제28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안건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오스코텍과 소액주주연대 갈등의 핵심 쟁점은 렉라자를 통해 유입되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와 로열티 수익 활용에 대한 시각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오스코텍은 어렵게 확보한 재원을 당장의 현금 배당보다는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하나의 신약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제2, 제3의 렉라자를 발굴해야만 기업의 존속과 장기적인 주가 부양을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한양행, 얀센 등 글로벌 파트너사로부터 유입되는 현금에 기반을 두고 자회사 제노스코 등과 시너지 강화와 신규 신약 후보물질 R&D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아델과 협업으로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ADEL-Y01'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최대 1조 5300억 원 규모에 기술을 이전하는 성과를 확보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 역시 수익의 상당 부분을 R&D에 재투자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에 있어 지속가능한 성장 방정식"이라면서 "오스코텍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 확보된 자금을 연료 삼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해 기업의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할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속가능경영 불투명…지분율 역전에 경영권 '풍전등화'
이번 오스코텍 정기주총의 뇌관은 경영권 분쟁이다. 오스코텍의 지분 구조는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율 약 12.67%보다 소액주주연대 결집 지분이 약 13.64%로 더 높은 지분 역전 상태다.
앞서 오스코텍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급격한 경영진 교체를 막기 위해 이사 해임 요건을 강화한 '초다수결의제'를 정관에 두고 있었으나, 법원 판결로 해당 조항이 무력화됐다.
이러한 지분 구조의 역전은 소액주주연대가 실질적인 경영 참여를 넘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조건을 내보이고 있다.
주주연대 측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자신들이 추천하는 감사와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주주 제안 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거나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시 현 경영진의 의사결정 구조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임시주총에서 사측이 추진했던 자회사 제노스코 합병 안건 등이 부결된 것은 주주들의 조직력이 경영진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한 전초전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는 바이오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경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약개발이 최소 10년 이상의 긴 호흡과 일관된 의사결정이 필요한 분야라서다.
업계는 기존 경영진이 타격을 받을 경우 진행 중인 임상 과제들이 표류하거나 R&D 연속성이 끊길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오스코텍 신약 파이프라인.(오스코텍 제공)/뉴스1 |
소통과 원칙 사이…미래 향한 합리적 선택지
오스코텍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대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주연대가 요구하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의 주주환원책 역시 회사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을 때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섣부른 현금 유출은 이제 막 글로벌 무대에 진입한 회사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 편입 시도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는 사측에 교훈을 줬다. 오스코텍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과의 소통 접점을 넓히면서 R&D 로드맵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표심 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오스코텍은 국내 바이오 기업 중 드물게 가시적인 신약 상업화 성과를 낸 기업이지만, 취약한 지분 구조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의 요구도 일리가 있지만, 회사가 이제 막 성장의 과실을 따기 시작한 단계인 만큼 과도한 경영 간섭보다는 전문 경영진이 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주주 이익 극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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