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이어지는 프로그램과 국경 없는 미식의 향연
제주 강정항에서 만난 외국인들, K-바비큐에 매료되다
대만과 제주는 그저 거들 뿐
홍콩 카이탁(Kai Tak) 부두에 정박한 코스타세레나호. 홍콩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 홍콩·대만·제주·부산=원성윤 기자] 지평선이 하늘과 맞닿은 곳, 경계가 모호해지는 그 지점에서 여행은 새로운 차원을 맞이한다. 우리는 보통 여행을 ‘A에서 B로 가는 과정’이라 정의하지만, 크루즈 여행은 그 정의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크루즈는 그 자체로 목적지이자, 바다 위에 떠 있는 하나의 유토피아다. 이번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 호에서의 여정은 왜 우리가 바다 위로 거대한 성을 띄워 올리는지, 그 철학적 함의를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부산항에 정박한 코스타세레나호. 제주 강정항에서 저녁에 출발, 부산에 아침에 도착한 모습. 조식을 먹고 있는 관광객 너머로 도시의 마천루가 인상적이다. 부산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크루즈에 발을 들이는 순간, 시간의 흐름은 육지와는 다른 궤적을 그린다. 매일 아침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달라지지만, 나의 방과 식탁은 그대로다. 짐을 싸고 푸는 번거로움이 거세된 이 공간에서 인간은 비로소 ‘정착된 이동’이라는 묘한 사치를 누린다.
아침 일찍 9층 뷔페 식당에서 만난 풍경은 이 여행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창밖으로 부산이나 홍콩의 도심 마천루가 지나가지만, 승객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갓 구운 빵을 즐기며 바다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다음 장소로 가야 한다’는 강박 대신 ‘지금 여기’를 만끽하는 여유가 가득하다. 이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속도에 매몰된 현대인이 시간의 주권을 되찾는 철학적 과정이다.
크루즈 내부에서는 단 한 순간도 적막이 흐르지 않는다. 배 안은 거대한 문화적 용광로와 같다.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쇼는 매일 밤 승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고, 중앙 로비와 라운지는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친구가 되는 광장으로 변모한다. 코스타세레나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배 안은 거대한 문화적 용광로와 같다.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쇼는 매일 밤 승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코스타세레나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크루즈 내부에서는 단 한 순간도 적막이 흐르지 않는다. 배 안은 거대한 문화적 용광로와 같다.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쇼는 매일 밤 승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고, 중앙 로비와 라운지는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친구가 되는 광장으로 변모한다. 코스타세레나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크루즈 내부에서는 단 한 순간도 적막이 흐르지 않는다. 배 안은 거대한 문화적 용광로와 같다.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쇼는 매일 밤 승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고, 중앙 로비와 라운지는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친구가 되는 광장으로 변모한다.
특히 이번 여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라인댄스 클래스’를 비롯한 수많은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낯선 이들과 어깨를 맞대고 스텝을 맞추다 보면, 처음의 어색함은 금세 환호성으로 바뀐다. 요가, 댄스, 퀴즈쇼, 그리고 밤늦도록 이어지는 파티까지. 프로그램 안내서인 ‘오션 플래너’를 따라가다 보면 하루가 짧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크루즈가 단순히 잠만 자는 숙소가 아니라, 인간의 유희 본능을 극대화하는 ‘살아있는 유흥의 공간’임을 증명한다.
복도를 지나 식당으로 향하는 길조차도 설렘의 연속이다. 아치형 구조물과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인테리어는 마치 중세 유럽의 어느 궁전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제주 강정항에 정박한 코스타세레나호에서 관광객이 내리고 있다. 제주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강정항에 내린 수많은 외국인 승객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인근의 로컬 맛집으로 향했다. 그들의 발길이 닿은 대표적인 곳은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인근의 ‘탐궁’이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돼지생갈비와 양념갈비가 훌륭하기로 정평이 난 이곳은, 고기의 질은 물론이고 달지 않고 균형 잡힌 양념 맛과 정갈한 밑반찬으로 낯선 한식을 접하는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제주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크루즈 여행의 꽃은 기항지 투어다. 거대한 선체가 제주 강정항에 부드럽게 정박할 때, 크루즈는 비로소 육지와 호흡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에게 한국의 기항지는 단순히 쇼핑 센터를 들르는 곳이 아니었다.
강정항에 내린 수많은 외국인 승객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인근의 로컬 맛집으로 향했다. 그들의 발길이 닿은 대표적인 곳은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인근의 ‘탐궁’이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돼지생갈비와 양념갈비가 훌륭하기로 정평이 난 이곳은, 고기의 질은 물론이고 달지 않고 균형 잡힌 양념 맛과 정갈한 밑반찬으로 낯선 한식을 접하는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이처럼 한국의 전형적인 고깃집에서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판 위에 고기를 굽는 모습은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서툰 젓가락질로 쌈을 싸 먹으며 연신 “딜리셔스”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K-푸드가 가진 보편적 매력을 다시금 확인했다. 크루즈라는 거대한 글로벌 커뮤니티가 제주의 작은 식당이라는 로컬 공간과 만나 ‘진짜 한국’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이는 크루즈 산업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방식을 넘어, 문화적 교류의 가장 전위적인 형태임을 시사한다.
제주 강정항에 정박한 크루즈의 모습.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제주 바다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제주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제주 서귀포 외돌개에서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제주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현지인들 틈에 섞여 후루룩 넘기는 국수 맛은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비닐 천막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수증기와 사람 냄새가 가득한 기륭 먀오커우 야시장 풍경. 대만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크루즈 위에서의 삶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기항지인 대만과 제주의 절경은 오히려 선물 같은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제주의 외돌개와 올레길을 걸으며 마주하는 푸른 바다는 배 위에서 보던 그것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 위에서 정제되었던 감각이 다시금 거친 흙내음과 풀향기로 채워진다.
대만의 이국적인 풍광 또한 크루즈 여행의 다채로움을 더한다. 하지만 이 모든 관광을 마치고 다시 배로 돌아올 때 느끼는 안도감, 즉 ‘나의 움직이는 집’으로 귀환한다는 느낌이야말로 크루즈 여행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라인댄스를 배우고, 제주의 고깃집에서 한국의 정을 나누며, 밤바다를 보며 명상에 잠기는 일련의 과정들. 코스타 세레나호가 남긴 궤적은 단순히 바다 위의 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낸 온기 가득한 무늬였다. 코스타세레나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
여행의 끝에서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굳이 바다 위를 떠다녀야 하는가. 그것은 아마도 단절을 통한 연결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육지의 소음으로부터 단절되고, 대신 곁에 있는 사람과 바다의 일렁임에 집중하는 시간. 크루즈는 그 시간을 보장해 주는 완벽한 플랫폼이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라인댄스를 배우고, 제주의 고깃집에서 한국의 정을 나누며, 밤바다를 보며 명상에 잠기는 일련의 과정들. 코스타 세레나호가 남긴 궤적은 단순히 바다 위의 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낸 온기 가득한 무늬였다. 지루할 틈 없는 즐거움과 철학적 사유가 공존하는 이 부유하는 도시는, 다음번에도 기꺼이 우리를 바다로 불러낼 것이다. socool@sportsseoul.com
원성윤의 인생은 여행처럼. 사진 | 스포츠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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