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AP/뉴시스]지난 2022년 8월 3일 중국 베이징의 신문 게시판에서 한 노인모습. |
"실버 경제 등 신흥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 성과를 창출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지난해 11월 경주 한중정상회담에서 '실버경제 분야 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재차 '실버경제'를 강조한 셈이다. 중국은 저출산·고령화와 연관된 실버경제를 AI(인공지능)와 공급망 등 양국 간 핵심 의제 이상으로 부각시키려 한 듯 보인다.
다소 뜻밖이지만 이유가 있다.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지 2주 째, 중국 국가통계국은 의미있는 인구 통계 자료를 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총 인구는 전년보다 339만명 줄어든 14억489만명을 기록했다. 신생아가 1년 사이 954만명에서 792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이 자료를 근거로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국의 합계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 2.1명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이 같은 저출산과 맞물려 지난해 전체 인구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한 비중은 23.0%에 달했다. 중국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확실히 고령화 사회 단계로 진입했다.
'인구대국' 중국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와 동병상련인 셈이다. 한국의 출산율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각각 0.75명, 21.2%이다. 우리가 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를 겪지만 고민의 깊이는 중국 역시 만만치 않은 듯 보인다.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중국에게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 둔화는 치명타이기 때문이다.
중국 학계에서 '미부선로(未富先老,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버렸다)'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따라서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 반복 강조된 '실버경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는 신호였던 셈이다.
다만 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론에서 중국은 우리와 다소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이 출산·양육 수당과 육아휴직, 주거·교육비용 완화 등 복지 확대를 통해 저출산·고령화의 속도를 늦추려는 것과 달리 중국은 실버경제를 키워 경제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가계소득을 확대해 혼인과 출산을 늘리려 한다. 복지가 아닌 일종의 산업 정책 차원에서의 접근법이다.
중국은 이를 아예 국가 전략으로 끌어올렸다. 2024년 1월 국무원 1호 문건에 '실버경제(銀髮經濟) 발전 추진'을 공식 명시했다. 이를 통해 고령화와 관련 산업의 연계 물꼬를 트고 의료와 요양, 건강 회복을 결합한 노인 돌봄 서비스 체계를 세워 실버경제 발전을 추진할 기반을 마련했다. 실버경제를 스마트 의료기기, 재활·돌봄 로봇, 원격진료, 고령친화 주거까지 포괄하는 신산업으로 만드는 세부안이 추진중이다.
이 같은 중국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협력을 원하는 부분도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중국은 병원은 많은데 노인 건강을 관리하는 시스템 자체는 낙후돼 있다. 한국의 만성질환 관리 모델, 퇴원 후 관리 시스템, 노인 재활·회복 의료, 의료 IT 관리 시스템 등 검증된 디지털헬스 모델은 실버경제를 추진하는 중국이 목말라하는 부분이다. 요양시설 운영 컨설팅, 장기요양 인력양성 프로그램 등 요양 운영 모델도 우리가 비교 우위에 있다.
중국은 실버경제 관련 시장 규모가 10조 위안(약 211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기술을 통한 고령화 문제 해소를 위해 1조위안(약 193조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추진할 정도로 시장을 더 키우려는 의지도 뚜렷하다. 중국과의 실버경제 협력은 이 시장을 파고들 기회다. 이 같은 협력의 결과 우리 경제에도 훈풍이 분다면 국내 혼인·출산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7u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