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흔드는 여의도](하편)
비용과 제언: 정치가 낳은 '마이너스 경제', 족쇄를 끊어라 ②
용 모양을 형상화한 '정부세종청사' 전경./사진제공=LH세종본부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을 주장하는 주된 이유는 지역균형발전이다. 지역 분산을 통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논리다.
전제는 맞다. 문제는 실행 방식이다. 어느 지역이나 좋은 일자리를 얻고 싶어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다. 여기에 정치가 개입하면 지역균형발전은 '성장'이 아닌 '나눠먹기'로 변질된다. 지역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성장 전략을 고민하기 보다 지역 정치인의 업적 챙기기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혁신도시다.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된 사업이지만 현재까지 평가는 실패에 가깝다. 혁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한 2012년 이후에도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은 계속됐다. 2000년 46.3%였던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19년 50%를 넘었고 지금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에 수조원을 쏟아부었으나 효과는 제로인 셈이다.
이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지적된다. 효과적인 지역발전을 이루려면 지역의 기존 산업과 연계한 산업·경제의 육성과 집중적인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혁신도시는 효율보다 형평을 택했다. 비수도권에서도 격차가 있는데 효율을 중시하다보면 균형발전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다보니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지역 적합성에 대한 고려 보다 기계적 배분으로 이뤄졌다. 10개 혁신도시에 규모가 큰 핵심 공공기관을 1~2개씩 배분하고 그와 관련한 공공기관을 10여개씩 추가로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 간 경쟁이 벌어졌고 정치권도 가세했다. 어떤 공공기관을 유치했는지가 그 지역의 지자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평가로 직결됐다. 공공기관은 성과를 내세우기 위한 전리품에 불과했다.
혁신도시 내에서도 산업연관성을 살리려는 시도는 했지만 결과는 뒤죽박죽이었다. 한국전력이 광주·전남 혁신도시로 옮겨가며 전력거래소, 한전KPS, 한전KDN 등도 따라 이전했지만 한전기술은 경북으로 갔고 5개 발전 자회사(서부·남동·동서·남부·중부발전)은 5개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부산엔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기관이 이전했지만 지역 경제와의 연관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지금도 주요 기능이 서울 여의도에 있고 이곳이 본사인 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국민연금은 전주로, 건강보험공단은 원주로 내려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진주,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한국도로공사는 김천으로 이전했지만 그 어떤 혁신도시도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클러스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혁신도시의 목표는 공공기관 이전을 마중물로 산학연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업 연관성이 떨어져 클러스터 형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역 대학이나 기업과의 협업은 형식적 형태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이 나홀로 지방에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고, 지역 자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재 유치도 문제였다. 부족한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 문제 등으로 수도권 인재들은 지방으로의 이전을 꺼렸다.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한 이후 유능한 운용인력 모시기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유명하다. 자녀교육 등의 문제로 수도권에 가정을 두고 나홀로 지방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혁신도시에 혁신은 없고 나홀로 공공기관과 기러기 아빠만 남은 셈이다.
혁신도시의 실패는 용인 반도체 산단 등 산업 육성 정책에 있어 큰 교훈을 준다. 지역균형발전을 하더라도 단순한 나눠먹기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선함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균형발전의 목표가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완화라면 비수도권 내의 격차 확대는 일정 정도 용인할 필요가 있다"며 "대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정책을 차별화하되 소수 도시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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