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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나”라며 “1단계로 가장 현실적인 중단 협상을 하고 그다음 핵 군축, 군축 협상하자”고 말했다. 이어 “길게는 비핵화를 향해 가자”며 “체제 보장이 확실하고 (핵) 관리 비용이 많이 들면 (북이 핵을) 없앨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군축 협상’을 하자고 명확히 말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핵 군축 협상은 미·러 등 공인된 핵보유국 간에 이뤄져 왔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군축을 언급하기 시작하면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회견은 예정된 90분보다 두 배쯤 늘어난 173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핵 없는 한반도’를 언급했지만 대북 전략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비핵화란) 이상을 꿈꾸면서 현실을 외면한 결과, 핵무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군축 협상’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성장을 위한 대전환’이란 주제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가 지닌 자원과 역량을 완전히 재배치해 성장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며 광역 통합을 통한 “지방 주도 성장”, 스타트업 중심으로 기회와 과실을 나누는 “모두의 성장” 등을 제시했다. 다만 세부안 없이 “구체적 정책을 챙겨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설교하는 교회도 있다”며 “(일부 개신교도) 자연스럽게 수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검찰청 폐지 후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는 데 대해서는 “보완 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그런 거 정도는 해주는 게 국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개혁”이라고 했다.
◇“고자세로 북한과 한판 떠야 하나, 그러면 경제 망하는 거다”
지난해 8월 ‘동결(freeze)→축소(reduction)→비핵화’의 북핵 해법을 제시한 이재명 대통령은 9월 타임 인터뷰에서 ‘중단(stop)→군축(disarmament)→비핵화’로 표현을 바꿨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떤 의미를 담아 ‘군축’이라고 말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핵 군축’은 사실상 북핵 용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도 21일 군축 협상을 하자며 “그러면 비핵화를 포기하는 거냐. 여러 얘기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실용적으로 접근하자”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비핵화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은 못 하겠다니 (대화의) 문턱을 넘으려고 (군축) 표현을 쓴 것 같다”고 했다. 신각수 전 차관은 “어려워도 비핵화 목표를 고수해야 미북 협상 때 우리가 쓸 ‘카드’가 생기는데 먼저 던지면 게임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통일’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금 통일은커녕 전쟁만 안 나도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최근 북한이 ‘무인기’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대남)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것”이라며 “북한 편드는 것이 아니다. 역지사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대처가 ‘저자세’란 비판에 대해서는 “그러면 고자세로 한판 떠야 하나. 북한하고? 바보같이”라며 “그러면 경제 망하는 거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약간 독특한 분이긴 한데 그런 스타일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관세 위협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동맹에) ‘연루’도 ‘방기’도 되면 안 된다”고 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한 기존 합의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국가 간 합의를 정권 바뀌었다고 뒤집으면 국제적 신뢰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는 “인간적이고 생각보다 농담도 잘한다”며 “(지난 5일 회담에서) 갈등 요소도 잘 관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고 했다. 또 지난 13일 회담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빠른 시간 안에 안동에서 한 번 모시고 싶다”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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