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아주경제 언론사 이미지

[데스크 칼럼] 마케팅을 강조한 차관, 마케팅을 아는 사장

아주경제 기수정 문화부 부장
원문보기
기수정 문화부장

기수정 문화부장


관광 정책의 문법이 근본부터 바뀌었다. 단순히 입국자 수를 세는 정량적 셈법은 이제 시효를 다했다. '몇 명이 왔는가'라는 평면적 질문보다, 그들이 '어떤 경험에 전율했고 무엇을 가슴에 담아갔는가'라는 입체적 물음이 더 중요해졌다. 숫자로 채우는 성장이 아니라 깊은 여운으로 승부하는 것. 바야흐로 모객(募客)을 넘어선 매혹(魅惑)의 시대다.

외래관광객 수가 회복 국면을 지나 역대 최고치를 바라보는 지금, 정책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다음'을 가리킨다. 지금의 가파른 회복세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구조로 굳힐 것인가. 이 난제 앞에서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마케팅’이다.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한 취지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가 설파한 마케팅은 단순히 예산을 쏟아부어 광고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다. 한국이라는 목적지를 매력적인 브랜드로 설계하고, 관광객의 경험을 일회성 소비가 아닌 국가적 자산으로 축적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관광을 단순한 '머릿수 채우기'가 아니라, 정교한 '전략과 브랜딩의 영역'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성혁 신임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등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강력한 신호다. 평생을 시장의 최전선에서 소비자의 욕망을 읽어온 '민간 전략가'를 공공의 정점에 세웠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광을 더 이상 '관리해야 할 행정'이 아니다. 철저히 '승부해야 할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자, 단순한 '홍보'를 넘어 고도화된 '브랜드 설계'로 판을 흔들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우려와 기대 사이에서 진동하던 저울추는 지난 13일 문체부 산하기관 업무보고를 기점으로 ‘확신’ 쪽으로 기울었다. 취임 불과 13일 차. 업무 파악도 버거울 것이란 예상을 비웃듯, 박 사장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현안을 꿰뚫는 통찰과 본질을 찌르는 화법은 그가 왜 이 시점에 호출되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한국 관광은 그동안 K-팝과 드라마, 미식 등 강력한 개별 자산들을 산발적으로 활용해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구슬들을 꿰어 보배로 만들 '총괄 디렉터'다. 한국을 찾는 이들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현장에서 이 비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관광을 단순한 ‘이동’에서 ‘기억’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그의 손에 달렸다.


물론 과제는 만만치 않다. 공공조직에 민간의 DNA를 이식하는 일은 고도의 정무적 감각을 요한다. 관광공사는 이윤만 좇는 사기업이 아니라 정책과 지역, 산업 생태계를 아울러야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세련된 마케팅 전략이 현장의 투박한 현실과 겉돌지 않으려면 조직 장악력과 정책 정합성, 그리고 지역과의 밀착 호흡은 필수다. 브랜드 전략이 공허한 슬로건으로 남을지, 거대한 변화의 방아쇠가 될지는 여기서 갈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루함을 견디는 힘'이다. 브랜드는 화려한 선포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하나의 메시지를 집요하게 반복하고, 정권이나 담당자가 바뀌어도 그 색깔을 유지할 때 비로소 각인된다. 민간의 속도감을 이식하되, 공공의 조급증에 휘둘려 단발성 캠페인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 그것이 박 사장이 증명해야 할 진짜 실력이다.

마케팅을 강조한 차관과 마케팅을 아는 사장. 정책의 의지와 인사의 방향이 모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남은 것은 '실행의 밀도'다. 정부의 관광 마케팅이 단순히 '말의 성찬'에 그칠지, 아니면 '현장의 혁신'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방한 관광객 3000만명 유치'라는 목표는 숫자 그 자체로 완결되지 않는다. 그 숫자가 한국을 어떻게 소비하고 기억하느냐가 본질이다. 지난 13일 보여준 박 사장의 강단이 한국 관광의 브랜드를 다시 짜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이제 그 가능성을 증명할 시간이 시작됐다.
기수정 문화부 부장 violet1701@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광양 산불 국가소방동원령
    광양 산불 국가소방동원령
  2. 2트럼프 유럽 방향
    트럼프 유럽 방향
  3. 3부산 기장 공장 화재
    부산 기장 공장 화재
  4. 4임라라 손민수 슈돌
    임라라 손민수 슈돌
  5. 5류지현호 야구 대표팀
    류지현호 야구 대표팀

아주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