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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팥쥐 엄마 ‘원펜타스 장관’에게 700조 예산 맡길 수 있나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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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의 갑질만 문제가 아니다

남의 자식 함부로 하며 국민에 잘할까

‘엄마 찬스’ 아니라 특권-반칙 세습

부정 의혹 장관이 곳간 운영 잘하겠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 2026.1.20 뉴스1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 2026.1.20 뉴스1


콩쥐팥쥐 같은 신데렐라 서사가 세계적으로 1000개 넘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 심리는 거기서 거기다. 내 딸 팥쥐는 애지중지하면서 전실 딸 콩쥐를 구박하는 팥쥐 엄마가 천벌받는 것도 대개 비슷하다.

아들 가진 엄마라고 다를 리 없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장대 같은 아들만 셋이다. 막내가 방배경찰서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있을 때 이혜훈 지시로 경찰들을 위해 보좌진이 직접 수박 배달을 했다는 증언에, 콩쥐한테는 나무호미로 비탈밭을 매게 하고 팥쥐한테는 쇠호미로 들판밭을 매게 한 팥쥐 엄마가 생각났다. 막내와 둘째가 공익근무를 시작한 시점에 딱 맞춰 집에서 가까운 데 근무지가 처음 생겼다는 것도 신기하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인 인턴에게 이혜훈이 “야! 야!” 악을 쓰며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는 녹취엔 소름이 끼친다. 의원 아니라 의원 할아비도 해선 안 될 소리지만 전남 ‘콩데기퐅데기’ 속의 퐅데기 어미는 콩데기를 물에 빠뜨려 죽여 버린다.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혜훈 지명 철회에 대해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명확히 답하진 않았다. 오히려 “갑질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며 ‘그쪽 진영’에서 공천을 다섯 번 받지 않았느냐고 국민의힘을 은근히 공격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갑질보다 더 국민 억장을 무너뜨린 건 원펜타스 부정청약 의혹이었다. 이혜훈의 남편 김영세 연세대 교수는 2024년 7월 서울 반포동 원펜타스 전용면적 138㎡(54평형)에 턱걸이 당첨될 때 팥쥐 아빠처럼 이미 결혼한 장남을 ‘미혼’ 부양가족으로 끼워 넣어 애꿎은 남의 자식들을 떨어뜨렸다. 이는 국힘의 이혜훈 다섯 번 공천 뒤의 일이다. 검증 책임은 작년 9월 신설된 조성주 인사수석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에 따르면, 이혜훈의 장남은 2023년 12월 결혼했으나 용산 신혼집 전입신고와 혼인신고는 원펜타스 당첨과 국토교통부 부정청약 조사가 끝난 뒤에 했다. 치밀한 검증 회피라는 거다. 물론 이혜훈은 장남의 신혼집엔 며느리가 혼자 살고 있다며 부정청약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 장남의 실거주 관련 자료는 제출 안 했다니 분기탱천할 노릇이다.


2019년 바른미래당 의원 시절 “현금 부자들은 분양만 받으면 시세 차익으로 5억∼6억 원씩 대박 로또를 가져간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비판하던 이혜훈이었다. 15년 무주택자라던 이혜훈이야말로 현금 부자였다. ‘로또 당첨’ 두 달 만에 36억7840만 원 전액을 완납한 원펜타스 시세가 현재 70억 원을 넘는다.

돈이 많다는 게 잘못일 순 없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로또 청약으로 앉은자리에서 수십억 원 뛰어오른 원펜타스도 지키면서 장관직도 죽어도 못 내놓겠다는 건 팥쥐 엄마 심술 같다. 맏며느리도 남의 자식 취급하는 이혜훈이 700조 넘는 나라 예산을 내 살림처럼 살뜰하게 편성할 것 같지 않다. 자기 아들들만 챙길 줄 알았지 남의 자식 귀한 줄 모르는 그가 장관이 된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나라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총괄할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하겠다. ‘경제에 무지하고 경제에 무능한 운동권 정치의 실패’를 비판했던 그가 장관직 제안에 손바닥 뒤짚듯 “민생과 성장에 과감한 투자”를 말한 것도 무섭다.

더 불길한 것은 만에 하나 이혜훈이 장관에 임명됨으로써 이 나라에, 공직사회에 퍼져 나갈 잘못된 신호다. 문재인 정권 때만 해도 ‘7대 기준’이 있어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 재산 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범죄에 대해 검증 시늉이라도 했다. 2019년 9월 법무부 장관 조국 청문회 때 ‘엄마 찬스’ ‘아빠 찬스’가 떠오르면서 되레 특권-반칙 세습이 판치는 세상이 됐다.


참여연대가 윤석열 정권 첫 장관 후보자 19명을 검증했더니 자녀의 진학 취업 병역 등 특권 세습이 무려 13명이었다. 이 정부도 만만치 않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큰딸의 아파트 전세 보증금 6억5000만 원을 현금 지원하고는 “채권채무 관계가 명확하지 못했다”고 인정했었다. ‘원펜타스 이혜훈’이 장관 된다면 재산 17억 장남(91년생), 17억 차남(93년생), 13억 막내(97년생)의 증여, 증여세 대납, 병역·취업·논문·인턴 특권 아닌 반칙 세습은 유행으로, 부러움으로 퍼져 가면서 국민주권정부 아닌 ‘원펜타스 정부’로 개명될 판이다.

청문회가 열린다면, 국민은 시퍼렇게 도끼 뜬 눈으로 주시할 것이다. 며느리를 며느리로 부르지 못했다면, 이혜훈은 원펜타스에서 나와야 한다. 이 대통령은 반칙을 세습하는 엘리트를 고위공직자로 지명하지 말기 바란다. 청년층을 더는 절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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