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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헌재]삼진 먹고 들어와도 칭찬하면 생기는 일

동아일보 이헌재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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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이헌재 스포츠부장

한국프로야구 통산 418홈런의 주인공 박병호(40)가 키움 히어로즈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잔류군 선임 코치가 그의 새 직함이다.

박병호만큼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사상 최초로 4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2014년, 2015년에는 두 시즌 연속 5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이를 발판 삼아 2016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다. 2022년에는 KT 위즈 소속으로 35홈런을 날리며 KBO리그 역대 최고령 홈런왕(36세)에도 올랐다.

‘선수’ 박병호는 늦게 핀 꽃이었다. 성남고 시절 역사상 최초의 4연타석 홈런을 때린 그는 2005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했지만 좀처럼 유망주의 껍질을 깨지 못했다. LG 유니폼을 입고 6년 반 동안 그가 기록한 홈런은 고작 24개였다.

2011년 넥센(현 키움)으로의 트레이드가 반전의 계기가 됐다. LG에서 25번을 달았던 박병호는 넥센에서 52번으로 바꿔 달았다. 앞뒤가 바뀐 등번호처럼 야구 인생도 180도 달라졌다. 넥센에서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다시 태어났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의 힘


박병호는 최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의 나는 ‘어떻게 하면 삼진을 안 당할까’ 생각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님한테 삼진당해도 칭찬받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다. 박흥식 코치님, 허문회 코치님을 만나면서 좋은 성적을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LG도 박병호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건 아니었다. 신인 때부터 꾸준히 경기에 출전시켰다. 하지만 처음 한두 타석 삼진을 먹고 들어오면 곧바로 교체되기 일쑤였다. 1군에서 몇 경기 부진하면 2군행 통보가 날아들었다.


넥센은 달랐다. 당시 넥센 사령탑이던 김시진 감독은 박병호에게 “홈런을 치든, 삼진을 먹든 너는 변함없이 우리 팀 4번 타자”라고 격려했다. “타율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흥식 당시 타격 코치는 “4번 타자는 평소에 못 쳐도 된다. 결정적일 때 쳐주면 된다. 박병호는 그런 타자다”라고 답했다. 실패 속에서도 칭찬을 먹고 자란 박병호는 거짓말처럼 쑥쑥 성장했다. 박병호는 “어렸을 때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게 와닿지 않았다. 김시진 감독님의 한마디가 저의 많은 것을 바꿔 놨다”고 했다.

은퇴와 함께 곧바로 코치 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역시 박병호답다. 요즘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은 종목을 불문하고 그라운드보다 화려한 방송계를 선호한다. 승부 세계의 피 말림도 없고, 시간도 상대적으로 여유롭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도 훨씬 풍족하다.

실력만큼 좋았던 인성

하지만 박병호는 1군 코치도, 2군 코치도 아닌 3군으로 불리는 잔류군 코치다. 최고였던 선수가 가장 밑바닥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연봉은 2년 전 받던 7억 원의 채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박병호는 “저도 힘든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선수들과 공감하는 코치가 되고 싶다”며 “힘든 생활이 길어지는 선수에게는 칭찬이 필요하다. 칭찬 많이 해주고, 긍정적으로 해주고 싶다. 선수들 이야기 많이 들으면서 운동의 끈을 놓지 않게 해보고 싶다”고 했다.


키움 구단은 박병호의 잔류군 코치 선임을 알리면서 “박병호가 현역 시절 보여준 기량과 자기 관리, 모범적인 태도는 후배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고 밝혔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도 박병호는 겸손한 선수였다. 특급 스타이면서도 항상 주변을 챙겼다. 김재웅 키움 홍보팀장은 “무슨 기록을 세웠을 때 박병호는 선수단뿐 아니라 프런트 직원, 구장 경호팀과 미화원 여사님들도 빼놓지 않고 선물하며 고마움을 표현하곤 했다”고 전했다. ‘코치’ 박병호가 가져올 선한 영향력이 벌써 기대된다.

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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