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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의사 몸값만 올려준 ‘계약형 지역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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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월 400만원 지원…3명 중 2명은 해당 지역서 일하던 의사
대형병원 쏠림에 인건비 보전 그쳐…군 단위 의료 공백 그대로

정부가 지난해 월 400만원 수당을 지원하며 모집한 ‘계약형 지역의사’ 90명 중 59명(65.6%)이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던 의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타 지역에서 새로 유입된 의사는 31명(34.4%)이었다. 지역으로의 의사 신규 유입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어서 정부 지원이 의사 몸값을 올리는 데만 쓰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정부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으로 채용된 90명 중 지역 내 의사인력을 계약형으로 전환한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90명 중 88명이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에 근무했고, 지역 공공의료의 핵심인 지방의료원 배치 인원은 2명에 불과했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8대 필수과목 전문의가 지역 의료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수당과 정주여건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강원·경남·전남·제주에서 시행됐다.

기존 지역 내 의사의 계약형 전환 비중이 높은 것은 정부 지원이 부족한 의료인력 확충보다 의사 처우 보전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대형병원이 자체 부담해야 할 전문의 수당을 정부가 분담하는 효과에 그친다는 것이다.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지역 병원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계약형이라며 월 400만원을 더 받고, 누구는 못 받으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의사 인건비 전체를 올리는 효과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인력 배치가 대형병원에 쏠린 점도 문제다. 의료 공백이 심각한 군 단위 취약지는 지방의료원이 핵심이지만 정작 예산 지원은 대형병원에만 집중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지역에서 5년 이상 장기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했다. 아직 전환 후 해당 지역 휴진·진료 중단·당직 공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등에 대한 분석은 없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 A씨는 “하루아침에 연봉 5000만원 가까이 오르는 걸 보면 위화감만 조성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제도를 2개 시도에서 추가로 실시하고 총 40명의 전문의를 모집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지역 주재 의사들은 “돈만 얹어주는 방식으로는 지난해와 똑같은 결론이 날 것”이라며 “의사들이 지역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의료계는 지속 가능한 진료환경이 조성돼야 지역으로 향하는 의사들이 늘 것으로 본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협의회 회장은 “필수의료 전문의가 진료하려면 마취·간호·응급 등 팀 단위 인프라가 필수인데 정부 방침은 의사 한 명에게 수당 줄 테니 알아서 해보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지역에 내려가면 수련·교육 기회가 줄고, 학회 및 교류 활동이 어려워지는 점도 문제다. 박 원장은 “상급종합병원과 연계한 순환근무·복귀 경로를 만들어 지역 근무가 경력에 불리하지 않다는 신호를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은 “지역으로 신규 부임한 뜻있는 의사가 31명이나 있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며 “의사들이 지역, 공공의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써도 지역 의료 공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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