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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사라지는 길고양이들…“보호해달라” 가처분 소송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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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작업이 본격화하기 전 백사마을의 모습. 연합뉴스

정비작업이 본격화하기 전 백사마을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노원구 백사마을 재개발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인근 주민이 길고양이의 피해를 이유로 공사를 중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이번 분쟁을 계기로, 재개발 과정에서 영역동물인 길고양이에 대한 보호·이주 대책 마련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법원 결정문 등을 보면, 서울북부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이창열)는 서울 노원구 하계동 주민 김아무개씨가 길고양이에 대한 안전 조처가 완료될 때까지 백사마을 재개발 공사를 중지해달라며 건설사 쪽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을 지난 16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사 현장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생명 및 신체에 대한 권익을 근거로 신청인이 어떠한 사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시공사 등이 공사 현장에 서식하는 고양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실시했고, 추가로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구체적인 위험이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12월 “공사 과정에서 수많은 고양이가 매몰됐다”며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철거 구간에 잔존하는 동물들을 구조하고 안전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철거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13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제1민사부 심리로 열린 심문 과정에서도 백사마을 철거 공사로 인해 고양이 대부분이 죽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반면 시공사인 지에스건설은 사전에 길고양이 보호 협의체를 구성해 보호 대책을 마련했고, 철거 공사가 완료돼 공사 중지의 실익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김씨에게 가처분을 신청할 ‘당사자적격’(특정 소송 사건에서 정당한 당사자로서 소송을 수행하고 본안판결을 받기에 적합한 자격)이 없다고 짚었다. 김씨는 한때 백사마을에 거주하며 주위 길고양이들을 돌보던 주민이었으나, 2020년께 마을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시공사 손을 들었지만, 소송이 제기된 상황 자체가 길고양이 보호가 도시 재개발의 한 쟁점이 될 가능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양이는 도시 개발 때 환경영향평가 등 대상이 되는 법정보호종은 아니지만, 도시 곳곳에 흔히 서식하며 시민 관심이 크다. 거주 구역과 동선이 일정해 환경 변화 영향도 크게 받는 영역동물이다. 하지만 재개발 때 고양이 보호·이주 방법 등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에서도) 시공사가 사전에 진행한 길고양이 보호 조처도 관련 민원이 들어와 대응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라며 “법정보호종이 아닌 길고양이를 특정해 보호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원활한 재개발 시행을 위해서라도 길고양이 보호가 재개발 과정의 사전 고려 사항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길고양이 문제를 사후에 민원으로만 처리하면 갈등과 공사 지연으로 오히려 비용이 커진다”며 “사전에 거주 동물 보호 대책을 논의하는 협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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