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땀을 닦는 공원미화원의 모습.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3도 등 전국적으로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넘기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
이종태 |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환경정의 공동대표
기후와 환경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언급할 때, 늘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같은 폭염, 같은 미세먼지, 같은 집중호우라도 누가 더 노출되고, 누가 더 크게 손상되며, 누가 덜 회복하느냐는 질문이다. ‘평균’의 문제가 아니라 ‘분포’의 문제인 것이다.
한편, 한국의 ‘취약계층 보호’ 논의는 종종 “복지제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말에서 멈추게 된다. 복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때 전제는, 취약성이 주로 소득이 낮을 때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만드는 취약성은 소득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조건이 겹치며 위험을 키운다.
첫째, 기후 취약은 ‘가난’보다 먼저 ‘노출’에서 시작된다. 폭염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에어컨이 있는 실내 노동자와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의 노출은 다르다. 실제로 2024년 질병관리청 자료에서 온열질환 발생 장소의 대부분(82.4%)이 실외였다. ‘누가 더 위험에 노출되는가’는 직업과 노동환경이 좌우한다는 뜻이다.
둘째, 같은 노출이라도 민감한 사람에게 더 큰 피해가 나타난다. 고령자, 영유아, 장애인, 만성질환자는 더 빠르게 탈수되고 더 쉽게 악화될 수 있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지난해 폭염 기간 사망 추정자는 34명이었고, 사망자 가운데 80살 이상이 가장 많았다(29.4%). ‘누가 더 약한가’가 결과의 격차를 만든다.
셋째, 차이를 만들어내는 또 따른 요인은 버틸 수 있는 힘, 즉 적응 역량이다. 폭염이 오면 냉방을 켤 수 있는지, 증상이 생기면 의료기관에 갈 수 있는지, 돌봄의 공백은 없는지와 같은 조건이 피해 규모를 갈라놓는다. 이 부분에서 복지정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에너지바우처는 에너지 취약가구에 냉·난방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대상이 기본적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소득 기준)와 특정 세대원 특성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도록 설계돼 있어, ‘수급자는 아니지만 폭염·한파에 특히 취약한 주거와 건강상태를 지닌 사람’이 제도권 밖에 남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논의는 ‘복지 강화’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핵심으로 넘어간다. 복지 목표는 대체로 최저 생활 보장, 즉 ‘기준선’을 지키는 것이다. 반면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은 그 기준선을 넘어서는 추가 부담을 만들어낸다. 폭염에는 냉방비가, 고농도 오염에는 치료·관리 비용이, 집중호우에는 주거 손실과 임시 거처 비용이 붙는다. 이 추가 부담은 원래부터 취약했던 사람에게 더 크게 집중되지만, 동시에 복지 대상이 아니던 사람도 특정 조건 때문에 갑자기 취약해지게 만든다. 결국 기후위기의 핵심은 ‘소득’만이 아니라 추가 비용이 누구에게 집중되는가다.
따라서 기후정의는 복지를 대체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복지를 바닥으로 삼되, 기후·환경 위험이 만들어낸 추가 부담을 별도로 인정하고 사회가 책임지자는 제안이다. 기후정책의 성과는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는가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했는지, 그 비용이 누구에게 누적되고 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정의는 결국 ‘총량’이 아니라 ‘분배’에서 완성된다. 이제 정책도 ‘복지’라는 단어 뒤에 숨을 것이 아니고, 기후위기가 만들어낸 추가 비용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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