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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 계약’ 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되지 않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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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지상파 방송사 2곳과 종합편성채널 4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프리랜서 셋 중 한명은 해당 방송사 소속의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용노동부가 지상파 방송사 2곳과 종합편성채널 4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프리랜서 셋 중 한명은 해당 방송사 소속의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 2곳과 종합편성채널 4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프리랜서 셋 중 한명은 해당 방송사 소속의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린 가운데, 방송업계 비정규직 만연의 구조적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사가 ‘비정규직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데엔 방송사, 노동부처, 방송업계 정규직 노조의 무책임·방관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일 한국방송(KBS)과 에스비에스(SBS)의 시사·보도본부에서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387명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모두 9개 직종에서 85명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프리랜서는 자기 책임 아래 자율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프리랜서 22%는 해당 사업장으로 출퇴근하며 정규직 노동자의 일상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등 해당 사업장 소속 노동자처럼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채널에이(A), 티브이(TV)조선, 제이티비시(JTBC), 엠비엔(MBN) 등 4개 종합편성채널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276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31명(47.5%)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2021년 12월 한국방송·문화방송·에스비에스 등 3개 사의 보도·시사·교양 분야 자체 제작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방송작가 363명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여 이 가운데 152명(41.9%)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프리랜서를 빙자해 방송사 내부에서 노동자로 일을 부리는 이들의 실태가 전혀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언론계와 노동계에선 이처럼 주요 방송사의 비정규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첫번째 이유로는 반복되는 파행적 고용 문제에 둔감한 ‘방송사들의 무신경’이 꼽힌다. 실제 2021년 69명의 방송작가 가운데 근로자성이 인정된 33명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라고 노동부가 요구한 문화방송의 경우 현재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는 5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계약 해지 등의 방식으로 일을 그만둔 것이다.



문화방송 ‘차별없는 노조’의 김은진 위원장은 21일 한겨레에 “당시 회사가 방송지원직이라는 무기계약직군을 신설해 작가 3명을 직접 고용한 걸 빼고 나머지 2명은 앞서 계약 해지 당한 뒤 소송에서 이겨 방송지원직군으로 돌아왔을 뿐 나머지는 다 잘려나갔다”고 말했다. 노동부 근로감독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김 위원장도 계약 해지 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서 이긴 끝에 현재까지 방송지원직군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방송도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임금 등 노동조건이 다른 방송지원직군을 신설해 작가 등을 고용하고 있다.



엄정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장은 “근로감독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작가들은 무기계약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방송사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인건비 줄이는 데 매몰된 방송사들은 10개월이나 11개월짜리 계약으로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편법을 계속 쓰고 있다”고 짚었다. 방송 비정규직 사건 소송을 여러건 대리한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소송을 하다 보면, 방송사들이 방송의 독립성을 무한한 자유라고 생각하고 고용 문제에서 노동청이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정부가 입장을 내는 것까지도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란 식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고용 관계는 노동법에 따라서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건데, 방송사들이 이 부분을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노동부의 일회성 행정’도 도마 위에 오른다. 2021년 방송3사에 대한 근로감독 당시 노동부는 “이번 근로감독에 포함되지 않은 보도, 시사·교양 분야 프로그램 외의 방송작가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다른 방송 제작 종사자 등에 대해서도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고용구조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근로감독 결과에서 보듯 지속적인 지도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노동부는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이번 근로감독 결과 발표에선 2년 이상 근무자의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토록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오는 12월에 이행 여부에 대한 확인 감독을 벌여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이들과의 근로계약을 방송사가 맺지 않은 경우 임금 등 노동조건에서 유사·동종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의 차별 여부 등을 따져 사법처리에 나설 방침이다. 또 방송사 재허가 권한이 있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협의해 시정 지시를 따르지 않는 방송사의 재허가 결정 때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방송업계 사회적 대화의 틀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방미통위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 계획 제출 조건을 더욱 엄격하게 부과해 그 이행 실태를 매년 4월마다 보고토록 하고 보고 결과를 노동부와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목이 실행되면, 일보전진이 이뤄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방송사 내부에서 고용 문제와 관련해 발언권이 있는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에스비에스의 경우 언론노조 소속의 본부가 꾸려져 있으나 내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선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2021년 노동부 근로감독과 이번 근로감독 결과에 대해서도 이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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