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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못 박은 사법부…한덕수에 중형 선고하며 “국헌 문란 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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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관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선고 공판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이진관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선고 공판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법원은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며 12·3 불법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고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 통상 판결 선고 전 양형 사유를 밝힐 때 피고인의 나이나 범죄 전력 등만 언급하는 것과 달리, 이날 재판부는 약 10분에 걸쳐 내란 행위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지적하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포,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봉쇄·점거 행위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이후 ‘12·3 내란’이라고 명명하며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거나 대통령을 막지 않은 한 전 총리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과 그 추정 세력에 의한 것으로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고, 이는 친위 쿠데타라고도 불린다”며 “세계사적으로 보면 이런 친위 쿠데타는 많은 경우 성공해 권력자는 독재자가 되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 등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주위에는 위헌·위법한 ‘계몽적 계엄’이나 ‘경고성 계엄’을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처럼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선거 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12·3 내란은 이와 같이 잘못된 주장이나 생각을 양산하고 그 상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일단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의 폭동이 발생하면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와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은 분명하다. 혹시라도 내란이 성공해 국민적 합의로 성립한 현재의 헌법 질서가 폭력에 의해 무너지게 되면 이를 복원하는 건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내란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가담자들을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국무총리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죄가 무겁다고 했다.

이날 법원은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위원 심의를 거쳐 이뤄진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한 행위, 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문서에 서명을 받으려 한 행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주요 기관 봉쇄 및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한 행위 등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김용현 등은 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을 발령했는데, 이는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에 보장되는 의회·정당 제도와 영장주의를 소멸시키려 한 것”이라고 위헌성을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 국무회의장에는 영상으로 원격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피고인이 계엄 선포를 만류하려고 했다면 모든 국무위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원격 회의를 제안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피고인이 이를 제안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오히려 윤석열이 국무회의 의사 정족수를 갖출 수 있는 일부 국무위원만 선별해 소집하는 데 관여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특히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참석을 재촉하면서도 국무회의 소집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며 “계엄 선포 계획이 사전에 알려지거나 의사 정족수가 갖춰지지 않아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부의장 및 국무총리로서의 작위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이 중하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가 계엄 해제 이후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에 윤 전 대통령, 김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인정됐다.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이행을 독려한 혐의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언론 출판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하고 있으며 허가와 검열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며 “이때 검열은 행정권이 주체가 돼 특정한 사상을 발표하기 전 예방적 조치로 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이는 국민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해 정신생활에 미치는 위험이 크고, 집권자에게 불리한 것을 억제하고 무해한 여론만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계엄 선포 후 이상민과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 등을 논의했고, 이를 제재하거나 만류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를 보면 오히려 지시 이행을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이보다 훨씬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피고인은 내란의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재판 과정에서도 허위로 진술을 번복하고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정치적 분열과 갈등이 더욱 심화됐고 앞으로도 상처와 갈등이 쉽게 봉합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거나, 자신의 범죄 행위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입은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도 했다.

이날 재판부가 12·3 계엄을 내란이라고 명명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내란 선고는 다음달 19일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에서 나온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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