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에 한국도 초청을 받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이 아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제 질서와 동맹을 다루는 방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다.
미국 정부는 이 위원회를 가자지구 휴전 이후의 관리·재건 구상을 위한 기구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외신들이 입수한 헌장 초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발언을 종합하면, 이 기구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분쟁 전반을 다루는 새로운 국제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의장을 맡고, 결정 구조가 기존 국제기구보다 훨씬 집중적·신속한 형태라는 점도 확인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보다 작동 방식이다. 트럼프는 기존 제도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이를 내부에서 개혁하기보다 외부에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영향력을 이동시키는 전략을 반복해 왔다. 유엔에 대해 “잠재력은 크지만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완전한 탈퇴나 해체를 주장하지 않는 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제도를 부정하기보다 우회해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다.
미국 정부는 이 위원회를 가자지구 휴전 이후의 관리·재건 구상을 위한 기구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외신들이 입수한 헌장 초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발언을 종합하면, 이 기구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분쟁 전반을 다루는 새로운 국제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의장을 맡고, 결정 구조가 기존 국제기구보다 훨씬 집중적·신속한 형태라는 점도 확인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보다 작동 방식이다. 트럼프는 기존 제도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이를 내부에서 개혁하기보다 외부에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영향력을 이동시키는 전략을 반복해 왔다. 유엔에 대해 “잠재력은 크지만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완전한 탈퇴나 해체를 주장하지 않는 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제도를 부정하기보다 우회해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사례는 이 전략이 어떻게 현실에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평화위원회 참여에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참여 여부가 통상 비용과 연결될 수 있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군사적 압박이 아니라, 경제·제도·외교 수단을 결합한 압력 방식이다. 트럼프는 상대를 정면으로 몰아붙이기보다, 선택의 비용을 비대칭적으로 설계해 스스로 특정 방향을 택하도록 유도한다. 참여는 안정적 선택처럼 보이고, 불참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동반하는 선택이 된다.
한국에 대한 초청도 이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는 호의의 제스처라기보다, 한국을 이 새로운 구조 안으로 조기에 편입시키려는 시도에 가깝다. 참여 여부는 외교적 상징을 넘어, 향후 한미 통상 관계, 안보 협의, 산업 협력과 연쇄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응 해법은 무엇인가.
트럼프가 실제로 손자병법을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방식은 고전적 전략 사고와 닮아 있다.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상대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접근, 이 방식을 이해한다면, 대응 역시 감정이나 도덕적 평가가 아니라 전략적 관리의 문제가 된다.
우선, 평화위원회 참여 문제는 ‘참여 vs 불참’의 이분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참여의 범위와 조건다. 인도적·한시적 역할과, 유엔의 기능을 대체하거나 약화시키는 구조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전면 참여나 전면 거부 모두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
또한 통상·안보·외교 사안을 하나의 거래로 묶으려는 시도에 대해선 의제 분리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 한 사안에서의 양보가 다른 분야로 자동 확장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협상력의 핵심이다. 이는 대미 관계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리고, 중견국 간 조율은 선택이 아니라 현실적 방어 수단이다.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EU 등 규범 기반 질서를 중시하는 국가들과의 공조는 가치 선언이 아니라, 제도 약화 국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장치다.
트럼프의 평화위원회 구상은 ‘평화’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질서 주도권을 재배치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관세와 통상 압박이 외교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 특징이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라고 했다. 지금 트럼프가 구사하는 방식도 여기에 가깝다. 그렇다면 한국의 해답 역시 분명하다.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설정한 전장과 규칙을 정확히 읽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결론이나 선명한 구호가 아니다. 선택지를 지키고, 비용을 분산하며, 자율성을 유지하는 정교한 대응이다. 그것이 중견국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월 2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다.(AFP/연합) |
서혜승 AJP 편집국장 ellenshs@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