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배우 박지훈과 유해진이 사극으로 만났다. 박지훈은 비극적인 소년왕 단종(이홍위)을, 유해진이 마지막까지 그의 곁을 지킨 엄흥도를 연기했다.
박지훈의 인생작이 될 듯하다. 그는 단종과 혼연일체됐다. 처연한 눈빛으로 내내 눈물샘을 자극한다. 유해진은 주특기인 신들린 코믹 연기를 펼친다. 반면 소년왕을 보낼 땐 휴지를 찾게 만든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 이하 '왕사남')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장항준 감독, 박지훈, 유해진, 유지태, 전미도, 김민 등이 참석했다.
'왕사남'은 1457년, 왕위에서 쫓겨나 청룡포로 유배된 단종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장항준 감독이 단종의 유배 생활 및 그의 최후에 상상력을 덧입혔다.
장항준 감독은 박지훈에 대해 "누군가 '약한 영웅'을 보라고 추천했다. 그 드라마를 보고 '박지훈이 단종을 하면 좋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캐릭터 싱크로율과 연기력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지훈은 눈빛부터 합격이다. 비주얼 만으로도 상상 속 슬픈 소년왕을 완성해냈다. 연기도 두 말할 것 없다. 단종이 삶을 포기한 순간, 다시 왕위를 찾으려는 결심, 비극적 최후까지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유해진도 "연기는 주고 받는, '기브 앤 테이크'라고 생각한다"며 "박지훈이 정말 제게 잘 (연기를) 던져줬다. 박지훈 눈의 깊이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 감정이 만들어지게끔 너무 잘해줬다"고 호평했다.
전미도(매화 역)도 "누구나 박지훈의 눈빛을 보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며 "이홍위의 눈빛만 봐도, 매화가 어떤 심정이었을 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김민(태산 역)도 "현장에서도 느꼈지만, 박지훈은 '(단종이)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걸 너무도 정확하게 연기했다. 감동적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유해진 역시 대체불가다. 전반부는 밝고 경망스럽고 호들갑스럽게, 후반부는 애끓는 슬픔을 눌러 담아 연기했다. 그 감정의 진폭이 깊고 넓어,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라 할 만하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쓰는 기간 동안 저도 모르게, 유해진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엄흥도에) 다른 사람이 상상이 안 됐다"며 "유해진이 대본보다 훨씬 더 생명력을 불어넣어줬다"고 미소지었다.
유해진은 연기 준비 과정에 대해 "특별히 어디에 중점을 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시나리오에 있던 막연한 슬픔이, 현장에서 스물스물 자연스럽게 스며들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떠올렸다. 이홍위가 엄흥도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는 장면. "제가 오늘 처음 이 영화를 봤는데, 알고 보면서도 쑥스럽게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엔딩 부분, 강가에서 단종이 물장난을 치는 신도 언급했다. "그 때, 어린 자식을 보는 부모의 심정이 이런 걸까 하고 생각했다"며 "단종의 상태, 그리고 단종을 이해하려는 상태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 중 단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왕사남'이 처음이다. 단종의 최후가 새롭다. 게다가 한명회도 처음 보는 얼굴이다. 유지태가 위험한 카리스마로 맹수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장항준 감독은 "작품 준비 전부터 역사 자문 교수님들과 많이 소통했다"며 "수많은 단종 죽음의 설 중 어떤 걸 취해야 하고, 어떻게 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했다. 고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명회에 대해서는 "그간 한명회를 연기하신 분들을 보면, 대부분 왜소하고 톤이 높다. 걸음걸이도 삐딱하다"며 "실제 기록에는 '기골이 장대하고 얼굴이 수려하다', '무예가 출중하다'는 게 있더라"고 짚었다.
이어 "새로운 한명회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게감 있는 배우 중 떠오르는 사람은 유지태 아니면 마동석 아니겠냐"며 "(당연히) 유지태 씨에게 드렸고, 결과적으로 감사한 캐스팅이 됐다"고 했다.
유지태는 "한명회는 마을 사람들과 별개로 떨어진 인물이다. 그가 해야만 하는 지점들이 있었다"며 "영화 속 악역의 기능성만 강조한 게 아니라, 감정을 치밀하게 만들기 위해 내심 노력을 기울였다"고 알렸다.
장항준 감독은 '왕사남'을 통해 깊이 있는 메시지도 던진다. "성공한 역모는 박수받아야 하는가? 실현되지 못한 정의는 잊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는 "관객들이 이런 점을 보시며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전미도는 "단종의 죽음, 그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다. 단종이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지, 그걸 상상하며 재밌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박지훈은 "영화를 보시며 많은 감정들을 공유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민은 "(장항준) 감독님처럼 사랑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깊이도 있는 영화"라고 자부했다.
유해진은 "모처럼 여럿이 공감할 수 있고, 재미도 있는 시나리오라 생각하며 읽었다"며 "곧 다가올 명절에도 어울릴 것 같은 영화다. 극장에 오셔서 재밌게 봐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왕사남'은 다음달 4일 개봉한다.
<사진=정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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