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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견딘 지명 ‘광주’, 행정통합으로 사라지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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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 초안을 보면, 통합 지방정부의 명칭은 ‘광주전남특별시’로 잠정 결정됐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는 사라지고, 서울특별시와 같은 위상의 특별시가 생기는 셈이다. 광주의 5개 구와 전남의 22개 시·군이 광주전남특별시 소속이 된다. 행정통합의 대의에 공감하는 이들도 광주라는 지명이 없어진다니 허전해한다.



광주라는 지명의 공식적인 출발은 고려 태조 23년(940년) 때였다. 왕건은 후삼국의 핵심 거점이었던 ‘무진주’(무주)를 광주(光州)로 바꾸고 도독부를 설치했다. 하지만 견훤의 후백제 기병지였던 광주는 해양현으로 강등되는 등 수난을 겪다가, 1374년 광주목이 되면서 이름을 되찾았다. 조선 고종 때 13도제로 개편하면서 광주는 전남도 관찰부 소재지가 됐다. 광주는 5·18항쟁 이후인 1986년 광산군과 송정시를 흡수해 직할시가 되면서 전라남도에서 분리됐다. 광역시로 간판을 바꿔 단 뒤에도 쭉 광주였다.



지명이 ‘정신’이 된 도시는 대한민국에서 광주가 유일하다. 광주정신은 불의에 대한 저항과 시민의 연대를 상징하는 추상명사다. 누군가는 광주전남특별시가 되면 광주정신이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광주·전남이 특별시의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골든타임’인데 옛 지명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하기도 한다. 하지만 행정통합으로 광주라는 지명이 사라지면 광주의 기억공간도 5개로 파편화될 수 있다.



특별법 국회 발의 전 ‘광주’를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단 행정통합을 한 뒤 광주를 수원처럼 특례시로 재설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광주를 3~4개의 일반시로 전환해 직할시 지정 전 공간을 광주시로 특화할 수도 있다. 광주를 ‘명예시’로 지정하고 5개 구를 자치시로 격상하자는 김강열 작가의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전남광주특별시’를 선택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전남도의회는 최근 “전라도의 역사성과 전남·광주 통합의 균형을 고려하자”며 명칭 변경을 요청했다. 과거 “전남 광주”로 불렸던 것처럼, 전남광주특별시는 전남도민의 공허한 마음을 다독일 수 있고, 광주라는 지명을 살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천년을 견딘 광주라는 지명이 행정통합의 급물살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속도만 추구하면 가치를 놓칠 수 있다.



정대하 전국부 선임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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