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 최재영 기자][!{GIZAIMG}!]
새해 금융권은 혹독한 한파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금융이 한국 경제의 성장축이 되리라는 기대는 난데없는 '징벌' 소식에 산산조각 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1일 4대 은행에 2720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공유가 담합이라는 이유다. 은행들은 황당하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른 결과라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당국의 가계부채관리 가이드라인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정보교환은 중대 범죄가 됐다. 행정지도를 따랐더니 사법 처벌이 돌아오는 모순, 이것이 지금 우리 금융의 기묘한 현실이다.
새해 금융권은 혹독한 한파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금융이 한국 경제의 성장축이 되리라는 기대는 난데없는 '징벌' 소식에 산산조각 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1일 4대 은행에 2720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공유가 담합이라는 이유다. 은행들은 황당하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른 결과라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당국의 가계부채관리 가이드라인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정보교환은 중대 범죄가 됐다. 행정지도를 따랐더니 사법 처벌이 돌아오는 모순, 이것이 지금 우리 금융의 기묘한 현실이다.
19세기 영국은 마차 산업을 보호하려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을 만들었다.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하는, 즉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는 규제다. 당국이 쥐여준 깃발을 보고 그 뒤를 착실하게 따랐더니 이제는 왜 마차보다 빨랐냐며 과태료를 매긴다. 21세기형 붉은 깃발법의 재림이다.
홍콩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예고된 2조원 규모의 과징금도 궤를 같이 한다. 자율배상을 마친 은행들의 수습 노력조차 무색하게 하는 징벌 그 자체다. 정부는 한쪽에서 '밸류업'을 외치며 주가를 올리라고 독려하고 다른 한편에선 조 단위 과징금으로 은행의 성장 동력을 꺾고 있다.
한파는 절정으로 치닫는 중이다.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이 수사권까지 거머쥐며 '금융 경찰'로 진화하려 한다. 감독 행정이 사법 수사로 변질되는 위험한 징후다. 금융인들은 앞으로 창의적인 상품 대신 법적 검토 보고서 뒤로 숨는 '보신주의'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관치가 사법의 옷을 입는 순간 금융의 자율성은 질식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금융당국이 대형 투자은행(IB)을 압박하며 끝내 '수사권'보다 '룰' 확립에 집중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금융의 생명줄인 신뢰는 공포가 아닌 예측 가능한 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원칙을 무시하고 사법적 잣대로만 옥죄었다면 미국의 금융 경쟁력은 지금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금융 선진화는 징벌이나 수사권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율성을 확립하고 혁신이 꽃필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붉은 깃발법 마차를 보호하려던 영국은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독일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래서 올해는 붉은 깃발을 든 금융 경찰과 조 단위 과징금 속에서 아주 안전하고 느린 '거북이 금융' 시대가 열릴 판이다.
어찌 보면 축하할 일이다. 이제 한국 금융은 마차보다 빨리 달릴 필요가 없어 사고 날 걱정조차 사라졌으니 말이다. 올해 첫 칼바람보다 더 시린 것은 차갑게 식어가는 한국 금융의 엔진 소리다. 그 정적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냉정히 자문해야 할 때다.
최재영 기자 cjy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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