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6 신년 기자회견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핵 개발 중단 협상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상적인 방안인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당장은 현실적인 방안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바람직한 이상”이라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나. 그건 아주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전략은 이상을 꿈꾸면서 현실을 외면했다”라며 “1년에 핵무기 10~20기 정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은 계속 생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체제 유지에 필요한 만큼 확보한 뒤에는 잔여 무기를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 세계에 위험이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실용적으로 접근하자는 게 제 생각”이라며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해외로 반출되지 않고 ICBM 기술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게 하는 것(중단)도 이익”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다고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건 아니라며 “1단계로 중단하면 보상하고 다음으로 군축 협상을 하고, 길게는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도) 체제 보장이 확실히 되고 (핵·미사일의) 관리 비용이 많이 들면 없앨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중단·축소·폐기’ 3단계 비핵화 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다른 국가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미 당국도 관련 방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1단계 협상이 타결된 이후 비핵화 논의까지 나아가지 못한다면 북한의 핵보유가 고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한다. 이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그럼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냐 등 온갖 얘기가 있다”라며 “실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걸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는 곧 ‘북한의 비핵화’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남측엔 핵무기가 없고 앞으로도 보유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북측만 핵무기가 없으면 한반도 비핵화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우발충돌 방지와 신뢰 구축을 위해 남북 9·19 군사합의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창의적 해법들을 지속 모색하겠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를 경제 발전과도 연계했다. 그는 “싸울 여지가 없는 평화적 공존이 확실한 안보”라며 “경제 성장과 발전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저자세니 이런 소리 많이 한다. 그럼 고자세로 북한하고 한판 뜰까요”라며 “그러면 경제 망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무인기 침투 사건을 두고 정부 대응이 저자세라는 일각의 비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무인기 사건을 두고 “꽤 엄중한 상황”이라며 “철저히 조사하고 잘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그린란드 병합 구상 등을 언급하며 “모든 게 예측 불가능의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적 갈등이 격화되면서 정치적 갈등으로, 나아가 군사적 충돌로까지 서서히 가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라며 “그래서 자주국방과 전략적 자율성 얘기를 자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 ‘연루의 위험’과 ‘방기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루의 위험은 한 국가가 상대 동맹국이 당사자인 분쟁이나 갈등에 원치 않게 휘말려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미·중이 대만 문제로 충돌했을 때, 한국이 미국과 동맹관계 때문에 연루될 수 있는 식이다. 반대로 방기의 위험은 한 국가가 상대 동맹국의 요구 등에 응하지 않으면서 버림받는 상황을 말한다. 동맹 관계에서 약소국은 두 개 위험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라고 게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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