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3구역 전경. 사진=권한일 기자 |
서울 북아현2구역 주택가. 사진=권한일 기자 |
서울 북아현3구역 모습. 사진=권한일 기자 |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모르겠어요. 재개발 그게 언제쯤 될는지…조합도 자꾸 바뀌어서 속 시끄럽고, 이젠 그냥 내려놓고 있죠."(북아현 3구역 주민)
21일 찾아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3구역에서는 재개발사업을 향한 열망과 관심이 동시에 느껴졌지만 조합과 주민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강북권 최대 정비사업지로 꼽히는 이곳은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고, 같은 시점에 출발해 20년 넘게 착공을 못 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업 흐름에서 약 2년의 시간 차가 벌어졌고, 향후 전망 역시 극명하게 갈린다.
북아현2구역은 법적·사업적 쟁점을 하나씩 정리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채비를 하는 반면, 북아현3구역은 조합 집행부 전원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뒷걸음질하고 있다.
북아현2구역의 최대 변화는 법적 불확실성 해소다. 조합원 일부가 제기한 '1+1 분양 취소' 관련 총회결의 무효 소송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모두 기각되면서, 수년간 사업을 뒤흔든 핵심 쟁점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법원은 1+1 분양이 조합 정관에 명시되지 않았고, 관리처분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조합원에게 2주택을 받을 권리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북아현2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둘러싼 가장 큰 변수를 제거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원고 측이 상고장을 제출했고 대법원에서 3심을 진행 중인 만큼 완전한 불확실성 해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조합은 현재 서대문구청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시·구 합동 실태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중대한 하자보다는 일부 보완 수준의 행정 절차가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비업계에선 대법원 판결 전에 구청의 인가가 날지, 상반기 판결 이후 인가가 이뤄질지 정도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시공권을 쥔 DL이앤씨가 지난달 2250억원 규모의 1년 채무보증을 결정하면서, 사업성과 재무적 기반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반면 북아현3구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여있다. 조합 집행부 전원이 지난 15일 사퇴하면서 사업 추진의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집행부 해임을 요구해 온 공정감시위원회(공감위)의 총회 발의가 절반을 넘어서자, 현 집행부가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차기 집행부 선임 총회가 3월 초로 예정돼 있지만, 수개월에 걸친 집행부 공백과 재선임 절차 자체가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
행정 리스크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서대문구청과 서울시의 합동 실태조사에서는 예산·회계, 조합 행정, 용역 계약 등에서 30여 건의 지적 사항이 나왔다. 사업시행계획 변경 절차 하자를 둘러싼 행정심판에서도 구청 판단이 정당하다고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조합은 사업기간 변경안을 다시 총회에서 의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아현3구역은 GS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을 2006년에 일찌감치 시공사로 선정했고 2008년 초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2011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14년 넘게 관리처분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조합 집행부 비리·내부 소송·비대위와의 갈등이 반복됐고, 이번에는 집행부 전원 사퇴라는 변수가 겹쳤다.
일대 공인중개업소와 정비업계에선 맞닿은 북아현1·2·3구역이 동시에 정비구역에 지정됐지만, 사업 진척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로 입지나 사업성보다 '구조적 변수'를 지목한다.
북아현1구역은 비교적 완만한 지형과 기존 도시 기반시설이 적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이전에 주요 인허가를 마무리하며 속도감 있게 사업을 마쳤다.
가장 먼저 북아현1-2구역이 2015년 10월 940가구 규모의 신촌푸르지오(대우건설)로 입주를 마쳤고, 뒤이어 1-3구역이 2018년 5월 1910가구 규모의 이편한세상신촌(DL이앤씨)으로, 1-1구역은 2023년 6월 1225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신촌(현대건설)으로 재탄생했다.
이와 달리 북아현2·3구역은 가파른 경사와 부족한 기반시설로 공공기여 협의 부담이 컸고, 정비사업 규제가 대폭 강화된 시기와 인허가 절차마저 겹쳤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원 분담금 부담도 커지면서 내부적인 갈등이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아현2구역이 '언제 관리처분 인가가 나오느냐'의 문제를 남겨두고 있다면, 북아현3구역은 '누가 사업을 다시 이끌 것이냐'를 묻는 단계로 되돌아가면서 2구역은 가속 국면에, 3구역은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 외에도 2구역은 DL이앤씨·삼성물산 컨소시엄과 3.3㎡(평)당 748만원(2023년)으로 공사비 협상을 마쳤지만, 3구역은 GS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과 공사비 재협상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두 구역 모두 사업 지연으로 시세가 저평가됐다고 본다. 2구역(2320가구 예정)은 2호선 아현역과 신촌대로에 맞닿아 입지 경쟁력이 뛰어나다. 3구역은 4750여 가구에 달하는 대단지가 예정돼 있어, 공원과 초대형 커뮤니티 시설 등에서 강점을 지녔다. 그럼에도 조합원 입주권 가격은 최대 3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이는 2년여로 벌어진 사업 진행 속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북아현2구역 전용 84㎡ 조합원 입주권 가격은 13억5000만원대이고, 3구역 동일 면적은 10억5000만원 선으로 확인된다.
서울 시내 한 정비사업지 조합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광화문과 여의도 접근성이 뛰어난 북아현2·3구역은 존재감이 매우 높다"면서도 "약 8000가구 규모, 일반분양만 1600가구에 달하는 최선호 입지 공급이 늦춰지는 상황은 서울 대형 사업지에선 '사업성'보다 '거버넌스'가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권한일 기자 kw@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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