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는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의 외화표시유가증권 투자가 111조원을 돌파했다. 건전성 규제 강화와 금리인하기 수익 개선 기대가 맞물린 결과지만,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는 다소 엇갈리는 흐름이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가 외화자산에 투자한 금액이 1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에 집중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달러 매입 비용이 늘었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강화된 건전성 규제를 맞추고, 금리인하기에 채권 평가이익까지 노린 결과로 풀이된다.
2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 생보사 22곳의 외화표시유가증권 잔액은 111조2702억원으로, 전년(99조3767억원)보다 12% 늘었다. 2년 전인 2023년 말(86조3824억원)과 비교하면 2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운용자산이 8.2% 증가하는 데 그친 점을 고려하면 외화자산 투자가 두드러지게 확대된 셈이다. 운용자산 대비 외화자산 비중도 2년 새 11.4%에서 13.6%까지 확대됐다.
외화표시유가증권은 달러·유로 등 외화로 발행된 채권이나 주식을 말한다.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외화자산을 보유하며, 생보사들이 보유한 외화표시유가증권은 상당 부분 미국 국채로 채워져 있다. 외화자산은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이 발생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환헤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원·달러 환율(월평균)이 2023년 말 1303원에서 지난해 10월 1423원으로 9.2% 오른 점을 고려하면 최근 2년간 달러 자산 매입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외화자산 확대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IFRS17과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제도 도입 이후 강화된 자본 건전성 규제다. 새 회계기준 아래서 보험사들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부채 만기가 20~30년에 달하는 생보사 특성상 이에 맞는 장기 채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30년 이상 초장기물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
미국 국채는 30년물 이상 초장기 채권이 풍부하고, 신용등급도 높아 위험가중자산 부담이 적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이를 줄이면서도 킥스 비율 관리에 유리한 효과를 노릴 수 있어 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 축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기대되는 수익 개선 효과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가면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이 줄거나, 평가이익으로 전환된다. 생보사들이 보유한 채권 상당수는 과거 저금리 시기에 매입한 물량이 많은데, 그동안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장부상 손실이 컸다. 하지만 최근 금리인하기를 맞아 채권값이 올라가면서 숨통이 트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추가 매수에 나서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다만 이런 흐름은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금융 확대 기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에 쏠린 금융 자본을 혁신 사업과 인프라 투자 등으로 옮겨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행 보험사 건전성 규제 체계에선 위험자산에 대한 요구자본 부담이 커 보험사들이 채권 이외의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민간의 생산적 금융 역할을 강조하지만, 대체투자에 적용되는 위험계수가 여타 해외국가들과 비교해 높아서 실제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태우기 어렵다”며 “결국 채권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유지될 수밖에 없고, 그 안에서 수익률을 높이려다 보니 해외 채권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