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21일 신년 기자회견의 화두는 5대 성장을 통한 대도약으로 압축된다. 취임 후 지금까지 방점을 찍었던 회복에서 이제는 경제·사회·안보 분야 전반에 걸친 대전환을 통해 도약을 이룸으로써 성장의 결실을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정 기조와 원칙의 바탕은 현실적 실용주의다.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를 토대로 국민 삶을 저해하는 반칙과 특권,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탈원전이라는 진보 진영의 기조에도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열어 놓고 판단하자"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실용주의 노선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회견에서는 '회복과 정상화'를 화두로 삼았고, 취임 100일 회견의 화두는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었다. 신년 회견의 화두는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가 누리는 대도약'이다. 이전 회견에서 12·3 비상계엄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 수습에 방점을 찍었다면 신년 회견은 정치, 경제, 사회 혼란을 어느 정도 극복한 만큼 이제 대전환을 통한 대도약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대한민국이 과거 성장 공식에 매몰된다면 유사한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들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성장 지도를 다시 그려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 ▲지방 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안전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성장을 제시했다.
◆'지방 통합 화두' 선점, 선거 유리 계산 깔려
이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둔 전략은 '지방 주도 성장'이었다. 이 대통령은 "각각의 지역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규모'를 갖춰야 한다"며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광역 통합은 지방 주도 성장의 상징적 출발점이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광역 통합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 국토는 '5극 3특 체제'로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광역 통합의 방향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세력의 정치적 유불리 등 여러 이견이 있지만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대전·충남 통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야당을 정면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 통합의 화두를 확실히 선점해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스타트업·벤처 열풍을 통한 혁신으로 혁신 성장의 동력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주역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스타트업·벤처기업"이라며 "창업·스타트업 열풍은 경제의 체질을 바꿀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생명 경시에 따른 비용과 대가를 지금보다 훨씬 비싸게 치르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면, 산업재해 사고가 감소하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안전 기반 성장을 강조했고, 문화 성장에 대해서는 "문화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국가 브랜드까지 높이는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 성장'과 관련해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대화가 가급적 조기에 성사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며, 남북 대화도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정 이견 검찰개혁, 정부 입장 관철 의지 분명히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결국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핵 개발 중단에서 핵 군축, 비핵화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엄연한 현실과 바람직한 이상은 쉽게 공존하기 어렵고, 그 사이 핵무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도 연간 핵무기 10~20개를 만들 수 있는 핵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개혁과 부동산 정책,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거취, 통일교·신천지 특검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여권의 최우선 과제인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확실히 추진하겠다"면서도 "정치는 자기 주장을 할 수 있지만 행정은 그래서는 안된다"고 했다. 당정 간 이견이 있는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 폐지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세제 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집값 잡는 건 웬만하면 안 하겠다"며 "최대한 뒤로 미루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둘러 추진하지는 않되 상황이 악화될 경우 세제 수단 동원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이 후보자에 대해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청문 과정을 본 국민의 판단을 들어보고 결정하고 싶었는데 그 기회마저 봉쇄돼 아쉽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며 "우리 국민도 문제의식을 가지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그에 대해 본인의 해명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게 공정하다"면서 "(청문회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좀 시간을 두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청문회가 무산된 상황인 만큼 향후 여론을 최대한 살펴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아 대립 통일교·신천지 특검, 민주당 손 들어줘
이 대통령은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통일교·신천지 특검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은 '신천지 특검'을 따로 추진하자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 "왜 따로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속으로는 안 하고 싶은데 겉으로만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원전 신규 건설에 대해 "원전 문제가 너무 정치화됐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닫혀 있으면 안 되겠다. 필요한지, 안전한지, 국민 뜻은 어떤지 열어놓고 판단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안전성 문제 포함해서 검토할 수 있는 건데 이게 마치 이념 전쟁의 도구처럼 인식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leej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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