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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보다 감성…영화 ‘만약에 우리’가 새로 쓴 흥행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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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약에 우리’. 쇼박스 제공

영화 ‘만약에 우리’. 쇼박스 제공


오랜만에 돌아온 정통 멜로가 새해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구교환·문가영 주연 영화 ‘만약에 우리’(김도영 감독)가 올해 개봉작 첫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 개봉한 ‘만약에 우리’는 20일까지 166만5천여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모으면서 이번 주말 누적 관객 수 200만 돌파를 예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라면 200만 흥행은 이야깃거리도 되기 힘들었지만,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 요즘 손익분기점(110만명)의 갑절을 넘기는 흥행(최종 추산)은 값진 성과다. 특히 ‘만약에 우리’의 성공은 낡은 흥행 공식이 깨진 극장가에 새로운 흥행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만약에 우리’는 개봉 직후 ‘아바타: 불과 재’ ‘주토피아 2’ 등에 밀리다 개봉 2주차부터 1위로 올라섰다. 다른 두 영화의 흥행몰이가 어느 정도 잦아든 상황을 고려해도 예상보다 빠른 뒤집기였다. 개봉 직후 일주일간의 입소문이 관객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3주차에는 관객이 더 늘었다. 이는 20~30대 관객을 중심으로 먼저 본 이들의 입소문으로 영화를 선택한다는 팬데믹 이후 흥행 흐름과 맞아떨어진다. 씨지브이(CGV) 연령별 예매율을 보면, 46%가 20대고, 30대가 22%로 뒤를 잇는다.



영화 ‘만약에 우리’. 쇼박스 제공

영화 ‘만약에 우리’. 쇼박스 제공


‘만약에 우리’의 개봉 전 언론시사 반응은 호평 일색이 아니었다.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2018)를 리메이크하면서 두 주인공이 상가 판매원에서 대학생으로 바뀐 점이 영향을 미쳤다. 그들의 상황이 독립된 방 한칸 구할 수 없었던 원작만큼 혹독하지 않다는 점, 여자 주인공의 꿈이 원작 속 ‘결혼을 통한 정착’에서 ‘직업적 성취’로 바뀐 점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원작의 뾰족했던 면이 둥글어져서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관객에겐 현실성 있는 각색으로 큰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씨지브이가 실관람평을 바탕으로 분석한 관람 포인트를 보면, ‘공감’과 ‘몰입감’이 ‘감동’이나 ‘설렘’ 요소보다 훨씬 높다.



또한 꿈과 현실을 적절하게 안배하고 원작의 씁쓸한 결말 대신 추억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각색이 성공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경수 영화평론가는 “‘만약에 우리’는 로맨스가 불가능한 시대에 로맨스를 말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취업 문제 등 현실을 잘 반영하면서도 돈 없으면 결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연애가 계급화되고 급을 나누는 문화가 팽배해진 시대에 ‘우리에게 이런 감정이 있었지’라는 울림을 준다”고 짚었다. 이어 “젊음의 한 시절을 끝낸다는 게 아니라 안고 간다는 느낌의 ‘라라랜드’식 결말이 20~30대 관객들에게 호감도를 높인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엠피3 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유선 이어폰, 싸이월드, 주제곡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등 20~30대들의 ‘레트로’ 열풍에 호응하는 2000년대 중반 배경의 화면 속 요소들도 멜로 감성을 자극하는 영리한 설정으로 작용했다.



영화 ‘만약에 우리’. 쇼박스 제공

영화 ‘만약에 우리’. 쇼박스 제공


무엇보다 ‘만약에 우리’는 팬데믹 이후 재편돼온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의 개념을 다시 바꾸고 있다. 관객이 줄어든 극장가에서 스펙터클 중심의 대작 영화들이 잘될 거란 전망이 늘면서 사라진 대표적 장르가 ‘만약에 우리’ 같은 순 제작비 50억원 미만 중예산의 로맨스 영화다. 이 영화를 투자·배급한 쇼박스의 조수빈 홍보팀장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주목받기 어려운 장르가 된 멜로 장르를 선택하는 데 고민은 있었지만,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성을 담은 시나리오였고, 멜로라고 한정했을 때 그 안에서 관객이 원하는 감정의 농도를 잘 전달한다면 가능성 있다는 판단으로 투자를 결정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이 작품의 흥행이 멜로 영화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긴 어렵지만, 이제는 어떤 장르가 잘된다는 공식을 벗어나 관객이 작품 자체에서 가져가는 만족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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