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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한 그림 대가 장욱진이 ‘붓장난’한 먹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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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작 ‘달마’. 노형석 기자

1979년 작 ‘달마’. 노형석 기자


우렁각시나 혼귀를 보았던 것일까. 사람들 곁을 어슬렁거리며 지켜주는 그들의 존재를 감지했던 것일까. 단순한 선으로 사람의 일상과 동물, 나무, 산, 강 같은 자연의 비범한 심연을 그려냈던 화가 장욱진(1917~1990)이 먹을 풀어 휘휘 그은 그림들엔 귀기가 출렁거린다. 유화 화폭에 꼬들꼬들한 선묘로 사람의 삶과 자연의 순환에 대한 해학의 시선과 성찰을 옮겼던 장년기 장욱진표 그림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작가가 세상을 뜰 때까지 마지막 화혼을 불태웠던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자리한 그의 한옥·양옥 공간에 말년 작 먹그림들을 선보이는 전시 마당이 차려졌다. 먹그림과 판화 30여점을 모아 펼친 ‘장욱진의 붓장난’전(31일까지)이다.



노스님의 장난스러운 선화를 방불케 하는 장욱진의 먹그림 ‘법당’. 노형석 기자

노스님의 장난스러운 선화를 방불케 하는 장욱진의 먹그림 ‘법당’. 노형석 기자


1986년 수안보에서 용인 한옥으로 와서 1989년 인근에 또 미국식 양옥을 짓고 이듬해 별세할 때까지 스스로 붓장난이라 일컬으면서 유유자적하게 작업한 일필휘지의 먹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달마’ ‘법당’ ‘아이와 집’ ‘한산도인’ ‘도인와유’ ‘나무와 정자’ ‘농촌풍경’ ‘산촌풍경’ 등의 제목을 단 작품들은 컬렉터와 시장을 의식하는 근현대 예술가의 의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자유인의 평상심과 유희 욕구, 홀로됨의 사유에서 나온 것들이라 할 만하다. ‘누가 요청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신명에 따라, 때로는 장난스러울 만큼 자유롭게 그려내는 행위’(정영목 전 서울대 미대 교수)였고, 이런 마음과 욕구가 말년의 선불교적인 사유와 어우러지면서 굵고 짧은 선으로 압축하고 생략하는 특유의 귀기 어린 필획이 빚어져 나왔다.



용인 한옥 거처의 주방. 전통 부엌에 양식 얼개를 섞어 개조한 공간이다. 양식 벽장과 선반, 식탁이 한옥의 대청과 통하는 한지 출입문, 전통 목가구 등과 어울리고 앞뒤로 시원하게 창과 출입구를 내어 자연의 기운을 호흡할 수 있게 해놓았다. 노형석 기자

용인 한옥 거처의 주방. 전통 부엌에 양식 얼개를 섞어 개조한 공간이다. 양식 벽장과 선반, 식탁이 한옥의 대청과 통하는 한지 출입문, 전통 목가구 등과 어울리고 앞뒤로 시원하게 창과 출입구를 내어 자연의 기운을 호흡할 수 있게 해놓았다. 노형석 기자


작품을 내걸어놓은 것은 아니지만, 용인 한옥 전통 부엌에 양식 얼개를 섞어 개조한 주방을 인근 전시실 작품과 함께 보는 것도 권한다. 양식 벽장과 선반, 식탁이 한옥의 대청과 통하는 한지 출입문, 전통 목가구 등과 어울리고 앞뒤로 시원하게 창과 출입구를 내어 자연의 기운을 호흡할 수 있게 해놓았다.



말년의 선적인 기운이 물씬한 먹그림들의 수작은 그가 삶을 마친 2층짜리 양옥의 거실과 작업 공간에 주로 모여 있다. 소박한 차림새지만, 대가가 생전 직접 짓고 아꼈던 거처에서 먹그림만을 보여주는 별미의 전시 마당이다. 이와 별개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도 ‘번지고 남아있는’이란 제목 아래 그의 먹그림전(4월5일까지)이 펼쳐지는 중이다.



용인 한옥 전시실에 걸린 장욱진의 생전 사진. 노형석 기자

용인 한옥 전시실에 걸린 장욱진의 생전 사진. 노형석 기자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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