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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을 감싼 검은 윤곽선…시선을 끌고 동시에 밀어내다

동아일보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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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특별전 맛보기] 〈9〉 발라동 ‘창문 앞에 있는 젊은 여인’
수잔 발라동의 ‘창문 앞에 있는 젊은 여인’(1930년). ⓒThe San Diego Museum of Art

수잔 발라동의 ‘창문 앞에 있는 젊은 여인’(1930년). ⓒThe San Diego Museum of Art


까칠한 독설가로 잘 알려진 에드가 드가는 1894년경 한 화가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내 식사 공간에 걸어둔 당신의 붉은 색연필 드로잉을 가끔 들여다보곤 한다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늘 이렇게 말하지. ‘이 악마(devil)는 드로잉의 천재성을 가졌다’.”

드가가 투박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는 바로 프랑스 여성 화가 수잔 발라동(1865~1938). 파리의 노동자 집안에서 자란 발라동은 인상파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하면서 그림을 배웠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드가는 화가의 길을 걷기를 적극 권했고, 판화 기법을 전수했다. 발라동은 판화에서 착안해, 뚜렷한 윤곽선을 개성 있게 표현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발라동의 ‘창문 앞에 있는 젊은 여인’은 그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화면 가운데 놓인 여인의 짧은 머리와 들어 올린 팔, 앉은 자세는 검은 윤곽선으로 감싸졌다. 선은 가늘었다가 굵어지고, 부드러웠다가 단단해지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푸른 녹음과 빨간 꽃, 보랏빛 원피스는 윤곽선으로 인해 더욱 강렬히 대비된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특색 있는 선을 ‘관람자의 시선을 유혹하는 동시에 거부하는 장치’로 평가한다. 발라동의 윤곽선은 주인공 여성에게 ‘닫힌 느낌’과 긴장감을 주면서 관람자의 시선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뚜렷한 선이 신체 곡선을 강조해 시선을 끄는 한편, 그림 속 인물과 관람객 사이에 시각적 장벽을 세운다.

이는 발라동이 직업 모델 출신으로서 피사체에 유대감을 투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당대 여성 화가들이 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것과 달리 발라동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중 곡예사로 일하던 중 부상을 겪은 뒤 직업 모델이 됐다고 한다. 때로는 옷을 걸치지 않은 채 남성 화가들 앞에 서야 했던 경험은 여성을 소재로 한 그림에 급진적이고 현대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게 했다. 발라동에게 윤곽선은 단순히 기교를 넘어서 자신과 그림 속 여성들을 보호해 줄 ‘울타리’였을지도 모른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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