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혜수 기자 |
[뉴스웨이 박상훈 기자]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확산이 건설업의 사업 지형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주택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건설사들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AI·클라우드·스트리밍·핀테크 등 디지털 서비스 확산에 힘입어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건설 소재 기업까지 데이터센터를 핵심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사업에 뛰어들며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리서치앤드마켓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이 2025년 7조4000여억원에서 2031년 23조8000여억원으로 성장하며 연평균 성장률은 21.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개발 중인 물량 출회로 일시적인 공급 과잉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전력 확보와 인허가, 환경 규제 등 구조적 공급 제약 요인으로 중장기 성장세는 비교적 안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하남 데이터센터, 삼성전자 슈퍼컴퓨터 센터, 화성 HPC 센터 등 10여 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국내 건설사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타다울타워 데이터센터에서 최고 등급인 '티어4' 인증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하는 4000억원 규모의 '안산 글로벌 클라우드 센터'를 수주하며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에너지 사업과 연계한 데이터센터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원과 소형모듈원전(SMR)을 접목한 차세대 데이터센터 모델을 통해 AI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 혁신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2004년 금융결제원 분당센터를 시작으로 KT 목동 IDC, 네이버데이터센터 각 세종, K스퀘어 데이터센터 가산 등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총 사업비 1조3000억원 규모의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준공하며 국내 최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시대를 열었다. 국제 인증 기준인 '티어3 이상' 수준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해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한 고신뢰성 인프라를 구현했다. 고효율 냉방 시스템과 프리쿨링 기술,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체계를 적용해 에너지효율지표(PUE) 1.3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운영 기준에 부합하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대우건설은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투자 단계까지 직접 참여하며 침체된 주택 경기의 대안 사업으로 데이터센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전남 '장성 파인데이터센터'에 출자 및 시공사로 참여하며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 사업은 전남 지역 최초의 데이터센터로, 총 사업비 3959억원, 수전 용량 26MW 규모다.
건설업 체질 개선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AI 데이터센터를 핵심 미래 성장 영역으로 설정하고, SK그룹 차원의 ICT·에너지 역량을 결집해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 아마존웹서비스(AWS), 울산광역시와 함께 국내 최초 AI 데이터센터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구축에 나서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고밀도 GPU 운용에 최적화된 설계 역량과 연료전지 기반 전력 공급, 폐열 재활용 냉각 기술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중심이던 시장에 건설 소재 기업도 가세했다. 유진그룹 계열 레미콘 회사 동양은 도심형 AI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에 진출하며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레미콘 사업을 통해 확보한 수도권 공장 부지를 활용해 부천과 인천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개발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인허가와 환경 규제, 전력 수급 리스크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력과 관련해 전국 전력 예비율이 10%를 밑도는 상황은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실제로 GS건설의 경기 고양시 덕이동 데이터센터 사업은 전자파, 소음, 열섬 현상 등을 이유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착공이 지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건설사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며 "전자파와 소음, 환경 훼손 등에 대한 지역 주민 우려로 일부 사업은 무산되거나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냉각 기술 고도화와 친환경 설계를 통해 지역사회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훈 기자 ps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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